북가족 ‘호적 부활’첫 신청

2000.07.27 19:19

남북한에 반세기 동안 떨어져 살아온 한 이산가족이 북한에 살고 있는 동생의 호적을 대한민국에서 살리기 위한 호적정정 신청을 처음으로 법원에 제출, 남북화해분위기에 따른 ‘호적상의 통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산가족인 김재환씨(70·서울 동대문구 용두동)는 27일 북측이 지난 16일 보내온 ‘8·15 이산가족상봉 희망대상자 명단’을 통해 북에 남아있던 동생 재호씨(65)의 생존을 확인한 뒤 1950년대에 사망신고를 했던 동생을 호적에서 살리기 위한 호적정정 신청을 서울가정법원에 접수했다.

김씨는 “원래는 4남매였는데 나머지 3명이 6·25 전쟁통에 모두 사라져 50년 전 모두 사망신고를 했다”며 “북한과 가까운 곳에 어머니의 묘지를 마련하고 4남매가 한꺼번에 성묘할 날만을 꿈꿔 왔는데 이제 호적에 동생의 이름을 올림으로써 그 꿈이 좀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6·25가 발발한 지 사흘 만에 서울이 함락되던 날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간 형과 두 동생이 영영 돌아오지 않았으며 당시 균명중학교(현재 환일중) 1학년이던 동생 재호씨도 이때 실종돼 김씨는 갑자기 ‘외아들’이 돼 버렸다.

이후 김씨 부모는 전국을 누비며 실종된 자식찾기에 나섰지만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어 모두 죽은 것으로 체념해야 했다.

죽은 줄 알았던 동생의 생존사실에 신이 난 김씨는 ‘호적상 동생살리기’에 나서는 한편 동생 재호씨가 서울에 올 경우 형과 누이동생의 소식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껏 설레고 있다.

이날 김씨의 호적정정 신청을 받은 서울가정법원 고위관계자는 “대한적십자사의 생존확인서는 생존 증빙자료로서 가치가 있는 만큼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호적정정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며 “앞으로 절차가 복잡해지고 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특별법 제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성원 변호사는 “남북교류의 활성화에 따라 앞으로 이같은 호적정정 신청이 폭주할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호적 외에도 상속, 지적재산권 등 법적인 보완책 마련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승욱·정성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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