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한반도 중재역’ 의지

2001.05.01 19:08

유럽연합(EU) 대표단의 2일 방북은 한반도 기류를 바꾸는 굵은 매듭이 될 것 같다. EU는 그동안 정치·외교적 이유로 북한문제에 다소 간접적으로 대응해왔다. 이번 방북은 앞으로 이를 능동적이고 직접적인 관계로 전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물론 여기에는 일정한 선이 그어져 있다. 한반도문제에 주도적 역할을 행사해온 미국의 자리를 EU가 대신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으로 지구촌 파워 주체인 유럽공동체의 목소리는 분명히 하되 중재자로서의 위치를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한을 ‘테러국가’로 재지정한 시점에서 이뤄지는 EU 대표단의 방북은 보이지 않는 갈등요소를 깔고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해 EU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을 반대하거나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거푸 밝혔다. 다만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악화되고 있는 북·미관계에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EU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론에 있어 큰 견해차를 보여왔다. 미국 대북정책의 기본골격은 ‘한국이나 미국 정부가 준 만큼 북한에서도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엄격한 상호주의다. 반면 유럽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형성된 남북 화해 분위기와 긴장완화 노력을 지속시키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정착은 새로운 국제안보 질서 형성을 위한 핵심과제 중 하나라는 인식 때문이다. 따라서 페르손 총리 등 EU 대표단의 이번 남북한 동시 방문은 백악관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 스웨덴측이 방북조건으로 미사일문제 등을 언급한 데서 읽을 수 있다. 북한으로 하여금 먼저 한발 물러서게 한다면 미국으로도 대북강경책을 고집할 명분이 적어진다는 계산이다.

부시 대통령이 6월 중순쯤 취임 후 첫 유럽 방문에 나설 예정이어서 시기적으로도 맞아떨어진다. 페르손 총리로서는 미·EU 정상회담때 남북한 동시 방문으로 얻은 성과물을 부시 대통령에게 수월하게 들이밀 수 있다.

EU의 이 구상은 북·미관계 악화로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본궤도에 올려놓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다.

EU 대표단 방북에서 또하나 관심을 가질 부분은 EU와 북한의 수교문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초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에 이미 대북수교를 제의해둔 상태다.

<조장래기자 jo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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