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보복조치’ 담화 배경

2003.07.01 18:34

북한이 지난달 26일 백남순 외무상의 유엔 안보리 의장앞으로 서한을 보낸데 이어 1일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북제재, 해상·공중봉쇄 감행시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것은 북핵문제의 안보리 논의를 저지하는데 1차적 목표를 두고있다. ‘대화와 압박’ 병행원칙에 따라 북한을 계속 압박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대화와 위협’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논의에 극도의 거부감을 나타내는 근저에는 이라크전의 ‘경험효과’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은 이라크내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유엔 차원의 논의를 진행했고, 이라크가 이에 반발하자 전쟁을 감행했는데 이같은 방식이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의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움직임을 북한을 이라크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는 첫 실행조치로 인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전협정이 더 이상 한반도 안정을 보장하는 ‘안전판’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국방연구원 백승주 북한실장은 “정전협정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을 부각시킴으로써 (미국과의) 새로운 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취할 예상가능한 보복조치로는 우선 이미 여러차례 공언한 핵 억제력 강화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압력과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 때문에 유보해왔던 핵개발 조치를 본격 실행에 옮길 수도 있다.

북한이 과거에 그랬듯이 정전협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군사채널을 닫아버리는 등의 조치들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엔 북방한계선(NLL) 침범 등 대남 무력도발을 시도, 인위적 긴장을 조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담화에서 “무고한 남조선 인민들이 당하게 될 재난의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명시한 대목이 이러한 추론을 자아낸다.

그러나 북한이 이같은 조치를 당장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이 보복조치를 해야 할 만큼 미국의 대북 압박이 현실화되지 않은데다 이는 대화재개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보복조치가 미국의 압박에 또다른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북한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차세현기자 csh@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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