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선군정치 고수 땐 개방 어려워”

2010.09.01 21:33 입력 2010.09.02 10:18 수정
베이징 | 조운찬 특파원

김정일 방중 … 중앙당교 자오후지 교수 인터뷰

“김정일 위원장이 개방 확대를 내비췄지만 선군정치를 포기하지 않는 한 개방은 어려울 것입니다.”

“북, 선군정치 고수 땐 개방 어려워”

동아시아 전문가인 중국 중앙당교 자오후지 교수는 1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약속한 것은 많지만, 실천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개방은 선군정치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고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 위원장 방중의 포인트는 4가지다. 지난 5월 이후 3개월 만에 또다시 정상회담을 가졌다는 점과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을 불러놓고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달 초의 노동당 대표자대회를 앞두고 이뤄졌으며 행선지가 동북지방이란 점도 주목해야 한다. 방중은 노동당 대표자대회에서의 권력승계와 밀접히 관련이 있다. 김 위원장 자신은 탄탄한 구도하에서 권력을 승계받았지만 3남 김정은은 다르다. 외교·안보 환경이 불안하고 내적으로는 계획·분배체계가 붕괴되는 등 어려움이 크다. 중국의 지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카터 방북에도 중국으로 달려온 것이다. 김 위원장이 후대에 양국 친선의 바통을 잘 넘겨주자고 한 것은 함의가 크다.”

-중국이 권력 승계를 승인했다는 것인가.

“중국은 다른 나라의 후계 문제에 관여할 입장도 아니고, 개입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권력 승계에 앞서 중국이 협력과 친선강화를 공포함으로써 후계구도에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는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지린성의 창지투(창춘·지린·투먼) 개발구를 중점 둘러봤는데.

“중국의 요구가 컸을 것이다. 창지투 개발의 관건은 동해 항구 개방이다. 지린성 방문에 쑨정차이 서기, 왕루린 성장이 동행했다는데, 라선항 개방 확대에 관해 많은 대화가 있었을 것이다.”

-북한이 중국의 개방요구에 호응할까.

“부응하는 제스처는 취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렵다. 개방과 개혁은 동전의 양면이다. 개방은 개혁이 함께 따라줘야 하는데 북한의 선군정치하에서는 어렵다. 선군정치는 밖으로부터의 긴장과 압력을 전제로 한다. 1992년 한·중 수교 때 북한이 피포위, 피고립에 빠졌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이 비슷하다. 선군정치를 포기하지 않고는 개방으로 가기 어렵다. 개방은 북한의 정책목표이지만, 김 위원장 개인의 바람은 아니다.”

-양국 정상은 모두 6자회담 재개를 원한다고 했는데….

“북한이 6자회담에 나설 것을 희망한다고 했다면 중국의 요구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회담 재개를 흔쾌해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양국이 회담 재개에 재차 합의한 사실만으로도 한국과 미국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후의 한반도 정세는.

“북·중이 밀착하면서 신냉전구도가 고착화된다는 얘기가 있지만, 북·중회담 자체가 부정적일 수는 없다. 회담의 영향을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다. 천안함 사태 이후 한반도의 정세가 바뀌고 있는 가운데 열리긴 했으나 지금으로서는 그 영향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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