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반도

남측 ‘독자 제재’에 경제·군사적 카드 ‘맞불’

2016.03.10 22:22 입력 2016.03.10 22:24 수정 유신모·김재중 기자

북 “경협 무효·자산 청산”

북한이 10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북 경협과 교류사업 관련 모든 합의를 무효로 하고 개성공단 시설 등 북한 내 모든 남측 자산을 청산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남측이 지난 8일 발표한 대북 독자제재에 대한 맞대응이다.

북한은 이날 조평통 담화에 앞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함으로써 남측의 제재 압박에 군사적으로도 맞서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남측에 경제·군사적으로 타격을 줄 만한 카드로 대응함으로써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남남 갈등’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날 발표는 이미 자신들이 동결 조치한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단 남측 자산에 대한 남측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또 이 시설과 자산을 북한 임의대로 처분하거나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개성공단 시설을 외국에 처분하거나 공장 부지를 철거해 과거처럼 군사기지로 되돌릴 가능성도 있다. 현재 북한 내에 동결된 남측 자산의 규모는 개성공단 9249억원, 금강산관광지구 3599억원 등 모두 1조2848억원에 달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개성공단을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쓰겠다는 의미”라며 “남측의 제재 조치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이 같은 조치를 통해 내부결속을 다져 당 대회를 준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이날 “북남 사이에 채택·발표된 경제협력 및 교류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를 무효로 선포한다”고 밝힘으로써 당국 간 접촉, 민간 교류·협력이 전면 중단된 현재 상태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조만간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이마저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날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북 간 합의를 무효화하고 북한 내 우리 자산을 청산하겠다고 한 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도발적 행위”라면서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백히 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북한은 우리 국민의 소중한 재산을 절대로 훼손해서는 안될 것이며,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 당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가 민간 기업·단체와 체결한 합의까지 무효로 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또 무효 대상을 ‘경제·교류 관련 합의’로 한정한 것도 눈길을 끈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2007년 10·4 선언 등 선대의 정치적 업적까지 무효화하지는 않음으로써 향후 남북관계가 재개될 것에 대비해 여지를 남긴 것으로 분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당국 간 모든 경제 협력과 교류에 대한 자산 동결과 청산인지, 민간까지 포함하는 건지 분명치 않다”며 “일단 북한이 향후 청산 절차를 정식으로 예고하면서 정부 당국의 자산과 기업인들 자산을 분리해서 다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