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을 “괴뢰팀”이라는 북한···여자탁구 ‘패배’는 쏙 뺐다

2023.10.03 16:21 입력 2023.10.03 19:12 수정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0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우리나라를 ‘괴뢰’로 표기한 경기 장면을 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0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우리나라를 ‘괴뢰’로 표기한 경기 장면을 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열린 남북 여자축구 승리 소식을 전하며 남한을 “괴뢰”로 표기했다. 남한에 패배한 경기 결과에서는 남한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공식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지난달 30일 진행된 여자축구 준준결승 결과에 대해 “경기는 우리나라 팀이 괴뢰팀을 4대1이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타승한 가운데 끝났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도 관련 소식을 전하며 “조선 대 괴뢰”로 표기했다.

북한이 남북 스포츠 경기에서 남한을 “괴뢰팀”으로 규정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그동안 북한은 스포츠 경기에서 맞붙은 남한을 “남조선팀”으로 표기해왔다.

북한 사전상 괴뢰는 “제국주의를 비롯한 외래 침략자들에게 예속돼 그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조국과 인민을 팔아먹는 민족 반역자 또는 그런 자들의 정치적 집단”이라는 부정적인 뜻이다.

남북 군사대립이 격화하는 정치적 현실이 스포츠에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남한 정부를 “괴뢰 역도” “괴뢰 도당” “괴뢰 악당” 등으로 비난해왔다.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강화하는 윤석열 정부 들어 이러한 표현이 증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윤석열 괴뢰 역도”라고 막말한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당·정·군 주요 간부들이 최근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부르는 것도 무관치 않다.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보단 국가 대 국가로 거리를 두려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아시안게임에서 북측·북한이라는 호칭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리유일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30일 남북 대결에서 승리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한 기자가 “북측”이라고 부르자 “북측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며 반발했다.

북한 선수단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여자농구 남북 대결에서 패배한 뒤 기자회견에서도 ‘북한’ 언급에 “우리는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다.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고 부르지 말라. 그것은 좋지 않다. 이름을 정확히 불러야 한다”고 반발했다.

북한은 지난 2일 열린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 소식을 전하며 남한에 패배했다는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탁구 여자 복식경기에서는 차수영, 박수경 선수들이 2위를 하여 은메달을 받았다”고만 보도했다.

전지희와 신유빈은 전날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차수영·박수경이 나선 북한팀을 세트 스코어 4대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일 중국 항저우 공수운하체육관에서 열린 탁구 여자 복식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전지희와 신유빈이 시상대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항저우 l 문재원 기자

2일 중국 항저우 공수운하체육관에서 열린 탁구 여자 복식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전지희와 신유빈이 시상대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항저우 l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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