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휴가도 중단…꼬인정국 풀기

2000.07.27 19:1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7일 민주당 수뇌부를 청와대로 불러 국회 파행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조속한 국회정상화를 촉구함에 따라 경색정국에 돌파구가 열릴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대통령의 유감표명과 여당 지도부 질책을 정국을 조기수습하려는 의지로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감표명 배경=김대통령이 휴가를 중단하고 귀경해 민주당 지도부를 소집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처리로 빚어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김대통령은 26일 오후 청남대에서 휴가를 중단하고 돌아온 뒤 최근의 국회사태와 관련, 매우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날 국회상황과 대책을 보고하고 나온 민주당 지도부의 얼굴도 한결같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행동에는 국회문제의 조기해결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김대통령은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현대그룹 위기 등 각종 경제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마저 꼬일 경우 국정운영이 힘들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여당의 국회법 변칙처리는 그동안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운영하겠다”는 김대통령 자신의 약속과도 어긋나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자신을 겨냥해 ‘거짓말정치’ ‘음모정치’를 거론하며 직공함으로써 김대통령이 여론의 부담을 떠안는 상황이 언짢았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이날 야당이 요구하는 사과수준에 버금가는 유감표명을 함으로써 꼬여 있는 여야관계의 매듭을 풀 수 있는 단초를 열었다. 김대통령은 우선 야당이 요구하는 대통령의 사과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동시에 국회 파행사태로 처리하지 못한 계류법안들을 조속히 매듭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야당 반응=한나라당은 “미흡하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유감표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우리당이 요구한 사과 수준에는 미흡하지만 여당이 국회법을 지키지 않고 법안처리를 강행한 행위가 잘못된 일임을 대통령이 인정한 것으로 보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발언이 국회법 개정과 관련된 모든 행위가 원천무효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하면서 대통령이 질책한 그러한 행위를 저지르고 근거없는 밀약설을 유포한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는 당직을 사퇴하고 사과하라고 밀어붙였다.

◇정국 전망=김대통령의 유감표명으로 여야가 다시 협상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은 조성되었다. 한나라당도 국회파행이 계속될 때의 부담과 김대통령에게 다시 사과를 요구할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 때문에 이를 계기로 국회정상화 협상에 나서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질책을 계기로 임시국회 소집에 몸이 달아 있다. 그러나 국회정상화까지는 운영위에서 처리한 국회법 문제와 정균환 총무의 사과문제를 풀고 넘어가야 한다. 한나라당은 변칙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을 원천무효로 하자는 주장이나 민주당은 통과된 법안을 무효로 한다는 것은 ‘백기’(白旗)를 드는 일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이다.

따라서 서영훈(徐英勳) 대표와 정균환 총무가 사과하고 현재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을 운영위로 다시 가져와 논의하거나 여야협상을 통해 수정안을 내는 절충안으로 8월 임시국회 소집에 의견접근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병광기자 leeb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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