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시드니]부순희‘청춘을 살랐다’금조준

2000.08.01 23:25

88서울올림픽은 멋모르고 쐈다. 92바르셀로나 올림픽은 1점차로 올림픽 티켓을 놓치는 불운. 무엇에 홀렸는지 한발을 아예 발사하지 못했고 너무 어이없어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96애틀랜타 올림픽은 통한의 4위. 8.8점을 쏜 단 한발때문에 메달을 놓친 뒤 엉엉 울었다. 다시 한번만 쏘게 해준다면 금메달도 따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리고 또 4년. 부순희(33·한빛은행)는 또한번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꿈의 도전에 나섰다. 20대의 꽃다운 나이는 어느덧 30줄을 넘겼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올림픽 무대.

94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했던 월드챔피언. 97서울월드컵·98뮌헨월드컵·99월드컵파이널 등 매년 1개의 타이틀은 꼭 따냈던 스포츠권총의 세계 최고수이기에 그에게 거는 사격계의 기대는 남다르다.

그에게 무서운 적수는 없다. 다만 자기와의 싸움만이 있을 뿐. 올림픽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그는 정작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든든한 후원자였던 시어머니가 암으로 쓰러졌다. 설상가상으로 사격자매로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언니 신희마저 날벼락같은 폐암선고를 받았다. 너무 기막힌 우환의 연속에 눈물마저 메말랐다. 큰 대회때마다 아들 동규(6살)를 봐주던 두 기둥이 쓰러지면서 동규는 그가 아니면 돌볼 사람이 없다. 합숙은 언감생심이고 연습할 때도 동규를 데리고 나와야 하는 처지다. 동규가 ‘(이)은철이 삼촌’ ‘(최)대영이 이모’를 잘 따르며 티없이 놀아주는 게 그나마 고마울 뿐이다. 밀려드는 집안일에 몸관리도 신경쓸 여유가 없다. 오른손으론 무거운 것을 들지도 않고 잘 때도 오른쪽으로 돌아눕지 않는 습관도 옛말. 그는 “이것 저것 따질 만한 정신이 없다”며 그냥 웃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악조건속에서도 기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점. 588~589점대로 올림픽에서 이 기록만 유지하면 확실한 금메달이다.

“혹시 알아요. 내가 금메달따면 시어머니와 언니가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실지”

꿈같은, 그러나 결코 불가능하지 않은 그 순간을 위해 부순희는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형렬기자 rhy@kyunghyang.com〉

▲생일:1967년 7월15일

▲체격조건:1m56, 45㎏

▲가족관계:최재석씨와의 사이에 1남

▲거쳐온 곳:제주동초등-제주중앙여중-제주여상-한빛은행

▲사격입문 계기:84년 선수생활을 하던 언니(신희)의 권유로

▲장점:결선에 강하다. 2~3점차는 쉽게 역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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