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간 줄선 약국 “약이 없어요”

2000.08.01 23:44

의·약분업이 전면 실시된 1일 환자와 가족들은 ‘의·약분업이 준비된 약국’과 ‘정상진료 병원’을 찾아 헤매고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등 3중고(三重苦)에 시달려야 했다.

◇약 찾아 헤매는 환자들=병원 인근 약국에서 약을 구하지 못한 환자들이 “약을 달라”며 항의하는 바람에 하루종일 큰소리가 오고갔다. 경북대 병원에서 신장치료를 받고 있는 김모씨(55·대구 중구 삼덕동)는 “병원에서 10분이면 사던 약을 오늘은 더운 날씨에 4~5곳을 찾아다닌 뒤에야 구할 수 있었다”며 “의·약분업을 한다면서 약품을 준비해 놓은 곳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ㄱ병원은 원외처방전을 받아간 환자의 80가 약품을 구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바람에 다른 약으로 대체조제를 해주기도 했다. 강남 성모병원의 환자들은 인근에 하나뿐인 ㅈ약국에서 4시간 이상 기다린 뒤에야 약을 탈 수 있었다.

◇협조 않는 의사들=의·약분업에 반대하는 일부 의사들이 원외처방전 발급대상 환자를 아예 받지 않거나 약사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처방전의 약품명을 영문으로 흘려써 환자들이 약품을 구입하는 데 애를 먹어야 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ㅅ내과·ㅇ안과 등은 약, 또는 주사제를 처방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인근 종합병원으로 가라”고 되돌려 보냈다.

또 잠실의 모병원은 지나치게 많은 양을 처방해 인근 약국 약사들의 원성을 샀다. 잠실 ㅅ약국 관계자는 “병원측이 만성 고혈압 환자에 대해 90일치나 약을 지어주도록 해 환자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약국에도 필요 이상으로 약을 많이 구입해야 하는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병원 처방전은 한글로 약이름을 표기해야 하는 데도 영어로 작성, 약품 구매과정은 물론, 보험료 청구업무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숙한 일처리=계도기간의 집중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병원 원무과 직원이나 약사들의 업무파악이 미숙해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유지현씨(28·여)는 2살인 아들이 폐렴에 걸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갔다가 2장을 줘야 하는 처방전을 병원측에서 실수로 한장만 준 사실을 뒤늦고 알고 다시 병원을 찾아야 했다. 서울 봉천동의 주부 이모씨(31)는 동네약국의 약사가 약이 없는 데도 있는 줄 알고 조제자란에 서명하는 바람에 다른 약국을 가기 위해 처방전을 재발급받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불편 가중시킨 의료계 폐업=주부 김성민씨(32·서울 강동구 둔촌동)는 동네의원들이 이날 대부분 문을 닫는 바람에 감기몸살에 걸린 딸을 데리고 1시간 넘게 병원을 찾아 헤맸다. 최정모씨(38·송파구 잠실동)도 몸살 때문에 약국을 찾았으나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병원을 찾느라 오전시간을 다 허비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들이 응급실 등을 제외하고는 회진 및 외래진료를 거부, 정형외과의 경우 이날 기존 예약이 모두 취소되거나 교수 특진으로 변경시켰다. 경희의료원도 전공의 파업 이후 평소 40∼50건에 달하던 수술이 하루 10여건으로 줄어들었으며 긴급하지 않은 환자들의 수술은 무기 연기하고 있다.

〈김석·정유미·권재현기자 s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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