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물의 연예인 봐주기 “너무한다”

2000.09.01 11:31

연예인이나 야구선수 등 사회 유명인들에 대한 법적용이 일반인에 비해 미약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각종 범법행위로 물의를 일으키고도 곧바로 활동을 재개하는 연예인들과 이를 부추기는 방송사의 윤리의식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30일 무면허 음주운전사고를 낸 탤런트 김지수(27)와 8월 18일 음주상태에서 단속을 피해 차를 몰다 사고를 낸 개그맨 지상렬(29), 그리고 음주운전 사고에 뺑소니까지 친 프로야구 두산의 강 혁(26) 선수.

이들 모두는 해당 사건으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일부 시민들은 ‘이런 죄를 지으면 보통 구속아니냐”며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을 지적한다.

인터넷 경향신문 칸(www.khan.co.kr)의 독자 ‘한국민’은 “나 같은 서민이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를 들이받고 도망까지 쳤다면 당연 구속됐을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처벌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강선수를 입건한 강남경찰서는 “사건이 경미한 데다 피해자의 진단서를 받지 못했고 피의자가 유명 야구선수여서 달아날 염려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불구속 경위를 밝혔다.

인천 연수경찰서측은 지상렬의 불구속 입건과 관련 “지씨가 초범인데다 도주 우려가 없고 이미 피해자와 합의를 했기 때문에 별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인권의식이 높아지면서 웬만하면 구속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며 “연예인이라고 특별히 봐주지는 않지만 사회 통념상 처벌이 약간 약해지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회사원 조병연씨(27·동대문구 이문동)는 “유명인사라서 달아날 우려가 없다고 하는데 신분이 확실한 일반 시민도 같은 사건에 불구속했을 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인기 있는 연예인들은 사건이 종결되지 않았는데도 ‘무슨 일 있었나’는 식으로 방송에 슬그머니 복귀해 ‘방송사는 전과자들이 모이는 교도소’라는 비아냥도 사고 있다.

탤런트 김지수는 사고가 난 직후인 8월초 KBS 2TV 새 주말드라마 ‘태양은 가득히’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됐으며 개그맨 지상렬도 사고 10여일 만에 SBS 이홍렬쇼의 ‘쉘 위 토크’에 얼굴을 내비쳤다.

이들의 ‘때 이른 TV 출연’은 최근 2년여만에 SBS ‘한밤의 TV연예’에 복귀한 탤런트 이승연(32)과 대조를 이룬다.

이승연은 지난 1998년 운전면허 부정취득 사건으로 드라마·토크쇼 등에서 중도하차, 자숙시간을 가졌다.

개그맨 신동엽(29)도 1999년 12월 대마관리법 위반혐의로 구속돼 10여개월 동안 자성의 시간을 갖고 10월경 MBC에 복귀할 예정이다.

네티즌 ‘오늘하루’는 “청소년 팬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공인이면 더욱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일반인과 다른 처벌을 받는다면 오히려 그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해당 연예인들뿐 아니라 시청률 지상주의 때문에 도덕 불감증에 걸린 방송사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SBS ‘이홍렬쇼’의 한 관계자는 “지상렬씨가 나오는 부분은 사고가 나기 이전에 이미 녹화를 해 놨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향닷컴 김상기기자 kitt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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