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핵심요직 포진 동교계 ‘불안’

2000.09.01 19:23

권노갑(權魯甲)·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의 탄생에 이어 김옥두(金玉斗) 사무총장이 유임쪽으로 가닥을 잡음으로써 동교동계 3인이 명실상부하게 민주당의 실권을 장악했다.

김사무총장의 잔류는 그동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당운영 구상과 맞물려 관심을 모아온 대목이다. 김대통령은 동교동계 ‘핵심 3인방’을 전면에 포진시켜 당분간 당을 ‘직할통치’체제로 이끌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대통령이 민주당을 강력한 여당으로 탈바꿈시켜 정치를 전담케 하고 본인은 남북문제와 국정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동교동계의 당권 장악에 대해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도 당운영에 큰 입김을 행사해온 동교동계가 핵심요직을 모두 차지함으로써 권한이 더욱 강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최고위원 경선을 통해 다양한 색채의 인물들이 지도부에 포진하게 되었으나 동교동계의 전면포진으로 이러한 목소리들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권최고위원은 벌써 ‘당의 중심이 되겠다’는 뜻을 몇차례 내비쳤다. 자칫 잘못하면 동교동계의 전횡으로 흐를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비(非)동교동계의 한 당직자는 “YS정권때 상도동계의 경우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 수 있다”면서 “YS정권 말기의 혼란상은 상도동계의 독주와 자중지란에 상당부분 기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형우(崔炯佑)·김덕룡(金德龍)·서석재(徐錫宰) 등 상도동계 핵심 3인의 경쟁과 반목이 표면화된 사례를 들었다.

이같이 우려섞인 시선에는 경선을 거치면서 표면화된 일련의 ‘양갑 갈등’과 대립이 한 요인을 차지하고 있다.

동교동계가 당의 전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그들간의 갈등과 반목은 통제수단을 상실하게 돼 당을 소용돌이로 몰고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동교동계측은 “우리는 상도동계와 다르다”면서 단합과 결속으로 당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끌고가 김대통령의 개혁을 뒷받침하겠다고 자신했다. 권노갑 최고위원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당에 한화갑·김옥두계는 없으며 오직 동교동계만 있을 뿐”이라며 “오늘 아침에도 한화갑, 김옥두씨와 만났고 앞으로도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동교동이 자신을 중심으로 굴러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옥두 사무총장도 “당내 계파분열은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동교동계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속성상 본격적인 대권경쟁 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핵분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병광기자 leeb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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