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묻지마대화방’들통 망신살

2000.12.01 18:55

‘등잔 밑이 어둡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내부 네트워크에 비밀 대화방을 만들어 관리해온 직원 4명이 해고당하고 18명이 징계조치를 받았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이 ‘묻지마 대화방’은 주로 상스러운 농담이나 가십거리를 주고받는 데 이용돼왔다. 대화방이 처음 개설된 것은 지난 80년대 중반. 이후 CIA컴퓨터시스템의 변천에 따라 비밀 대화방도 함께 발전해왔다. 오랫동안 대화방이 발각되지 않은 것은 CIA특유의 기밀유지 정신이 발휘된 덕분이었다. 대화방은 입회단계에서 대화방의 존재를 불문에 부치겠다는 서약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방 관리의 중추역할을 맡은 고위관리직 1명을 포함한 4명의 직원은 기밀 접근권을 박탈당함으로써 해고됐다. 18명은 5~45일 동안 무급 정직조치를 받았으며 일부 고위직은 1등급 강등당했다. CIA측은 기밀정보가 유출되지는 않았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수년동안 160여명의 직원들이 비밀 대화방에 드나들었는데도 상부에서 이를 몰랐다는 점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존 도이치 전 CIA국장이 95~96년 재임 당시 고급 기밀을 보안이 취약한 자택 컴퓨터를 이용해 처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CIA의 보안문제가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고 이로 인해 보안 점검이 강화되면서 대화방의 존재가 발견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은 냉전이후 기강이 해이해진 CIA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지영기자 eric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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