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암기 폭파’ 12년만에 일단락

2001.02.01 02:54

【종합】1988년 12월 영국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일어난 팬암기 폭발사건의 피고인 2명 중 1명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이 사건을 심리해온 스코틀랜드 재판부는 31일 리비아 출신의 알리 알 메그라히 피고인(49)에게 최소 20년간 복역하기 전에는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종신 징역형을 선고했다. 라멘 할리파 피아흐 피고인(44)에게는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판결을 내렸다.

탑승자 259명과 지상 주민 11명 등 27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은 리비아 출신 용의자들의 인도를 거부하던 리비아 정부가 99년 입장을 바꿈에 따라 지난해 5월부터 심리가 시작됐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번 판결을 “국제적 노력의 승리”로 평가했다. 이로써 이 사건은 12년 만에 표면상 일단락되긴 했지만 아직 불씨는 남아있다. 무엇보다 ‘누가, 왜 팬암기 폭파를 지시했는가’라는 최대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 리비아가 두 리비아 피고인의 유·무죄만을 가리는 데 재판을 국한하기로 사전 합의했기 때문이다. 다만 로널드 서덜랜드 판사는 판결과 별도로 “폭파사건의 계획·집행은 리비아에서 비롯된 것으로 명백히 추정된다”고 밝혀 사건 배후에 리비아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의 이런 언급은 민감한 파장을 낳았다.

“리비아 정부는 이번 판결을 존중하지만 폭파사건과는 전혀 무관하다”(유엔주재 리비아 대사)는 즉각적인 반응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면서도 리비아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판결 직후 하수나 알-쇼시 리비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판결로 리비아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희생자 유족은 더욱 철저한 수사와 함께 리비아 정부에 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번 판결은 리비아가 이 사건을 배후조종했다는 의구심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판결 후 희생자 유족에게 7억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리비아 정부에 요구했다. 리비아 정보기관의 항공안전 책임자와 항공사 직원으로 일했던 피고인들이 몰타에서 폭탄이 든 가방을 탁송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런던에서 폭파된 팬암기에 실리도록 했다고 검찰은 공판과정에서 주장했다. 검찰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폭탄의 시한 장치가 리비아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다는 점 때문에 이들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조장래기자 jo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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