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지자체장](1)고 건 서울시장

2001.02.01 19:23

민선 서울시장에게는 ‘소통령’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인구 1천만명, 연간예산 10조원, 산하 공무원 5만명이란 수치만 따져도 서울은 가히 ‘공화국’으로 불리는 데 손색이 없다. 게다가 정치·경제·문화분야에서 수도 서울의 압도적인 비중까지 고려한다면 민선시장이 지닌 영향력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민선 서울시장은 차기대권 후보군으로 늘 거론된다.

고건(高建)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시각에 대해 고시장의 반응은 아주 예민하다. “인터뷰에는 응하지만 정치에 관한 질문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특별히 당부할 정도다. 물론 “차기 대선후보에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는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 도중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온 정성을 쏟을 뿐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둔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고시장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권후보 지지도 조사를 해보면 그의 이름이 빠지는 법이 없다. 특히 민주당 소속인 그는 여권내 후보 중 늘 3위권 안팎을 맴도는 ‘호성적’을 내고 있다. 정치권이나 일반인들이 여전히 그를 잠재적 대권후보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고시장도 이에 대해 “아직 주식시장에 상장(上場)도 하지 않았는데… 그런 평가를 받고 있다”며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이는 고시장이 다른 정치인처럼 ‘대권후보 증시(證市)’에 자신을 정식으로 상장할 경우 지금보다도 상당히 높은 주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들린다.

그래서 서울시청 주변에선 “‘훌륭한 서울시장’ 이란 여론의 평가를 받는다면 대통령도 바라볼 수 있는 일 아니냐”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실제로 그는 관선 서울시장(1986~88년)에 이어 두번째로 맡고 있는 서울시정을 깔끔히 마무리하기 위해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고시장은 특히 ▲부패척결 ▲시민에 다가가는 시정 구축 등을 상당히 강조했다.

“이제 서울시는 복마전이란 오명을 벗게 됐다” “최근 도입한 사상 초유의 온라인 민원처리 공개시스템은 유엔에서조차 전세계에 보급하기 위해 공동사업을 추진중” “1주일에 한번씩 ‘시민과의 데이트’를 가져 시민의 소리를 항상 듣고 있다”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러나 고시장은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는 나서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는 “관선시장 시절에 착수했던 2기 지하철 사업 등 굵직한 일들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내 임무는 끝났다. 퇴임 이후에는 지역화합사업에 몰두하고 싶다”는 구상을 밝혔다. ‘지역화합사업’이라는 말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고시장의 향후 거취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김근철기자 kc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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