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한·러 정상회담 합의’에 민감

2001.03.01 19:18

미 행정부는 한·러 정상회담 공동성명 내용이 미국이 추진중인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반대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후 주미 한국대사관과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진상파악에 나서는 등 부산을 떨었다.

그 결과 미 행정부는 일단 한국 정부가 외교부 대변인 이름으로 발표한 성명 내용을 인정하고 한국 정부의 공식방침 결정때까지 덮어두기로 입장을 정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28일 낮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현재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문제에 대한 입장을 검토중이며 (한·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어떤 식으로든 NMD 반대를 의도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미 정부뿐 아니라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를 불과 1주일 남짓 앞둔 시점에서 NMD 추진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약문제를 언급한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분석은 공동성명 내용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임 빌 클린턴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부시 대통령과 그의 외교안보팀에 보내는 신호라는 것이다. 한국 정치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한반도 전문가는 “김대통령이 모든 일을 몸소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김대통령이 미묘한 시점에서 ABM 조약의 ‘보존과 유지’라는 표현을 성명에 넣도록 허용한 것은 부시 정권에 대한 일종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사실 미 국무부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NMD문제가 필연적으로 의제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김대통령이 어떠한 입장을 보일지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전역미사일방어(TMD)를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ABM을 언급한 것은 햇볕정책에 대해 부시 정권을 사전 견제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NMD를 반대할 경우 국제적으로 NMD 추진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오는 7일 한·미 정상회담 때까지 양국 사이에 긴장상태 지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승철특파원 ls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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