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땜질 악순환만 한다’

2001.03.01 19:27

정부의 금융정책이 자금시장의 상황논리에 밀려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시장 원칙에 어긋나는 정책들을 도입하면서 “한시적으로, 그러나 원칙에 따라 적용할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자 보완대책들을 부랴부랴 내놓고 있다.

◇꼬리무는 ‘땜질’ 정책=지난 1월16일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11·3 부실판정’ 때 회생판정을 받은 235개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위해 7조원의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보증을 해주기로 했다. 당시 “회사채 신속인수와 맞물린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기업의 위험평가 및 신용제고 노력을 느슨하게 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경기를 연착륙시키고 신용경색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겨우 한달 남짓 지난 2월28일 재경부는 다시 “CLO에 대한 신용보증 지원을 내년에도 해주겠다”는 보완대책을 내놓았다. 재경부는 “은행들이 내년에 무보증상태로 대출채권을 떠안게 될 것을 우려, CLO 발행·매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 이후는 내년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속 엇나가는 원칙=정부는 지난해 12월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 방침을 밝히면서 “산업은행·신용보증보험·채권은행으로 구성되는 협의회를 구성해 엄격한 절차를 거쳐 대상 기업을 선정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1, 2월 회사채 인수 대상에는 몇몇 기업들만 연속 선정됐다. 3월에도 ‘단골손님’인 현대건설·현대전자·쌍용양회 등 4개 업체의 회사채 인수가 결정된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우량기업들이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고 나섬에 따라 인수 기업이 사실상 현대로 국한되고 있다”면서 “적용 대상이 현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불특정 다수라는 정부 논리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금융사고에 따른 손실보전을 위한 금융기관 임직원의 배상책임보험 가입도 1년간 유예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우선적으로 보험제를 도입하려던 금고·신용협동조합 등 중소금융기관은 2년뒤에나 보험가입이 의무화될 것으로 보여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재경부측은 “중소금융기관만 가입하면 보험사의 보상위험이 커지고 보험료 부담이 너무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고 해명했다.

◇부실 정책의 연쇄 고리를 끊어야=전문가들은 “임기응변에 급급하고 정책 내용이 분명히 제시되지도 않기 때문에 빚어지는 결과”라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개발연구원 강동수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부채를 줄이지 않는 한 계속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는 예외적 조치를 통해서라도 문제기업을 살리는 것이 왜 국민경제적으로 나은지부터 명확히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석천기자 miladk@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