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뒤 땅 더굳은’ 金대표

2001.06.01 19:11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가 1일 당총재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 김대표는 이날 오후 김대통령과의 독대 보고에서 워크숍에서 제기된 일부 의원들의 ‘대표 사퇴 요구’ 발언을 전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재신임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당헌·당규상 선출직의 경우 사퇴서를 내는 즉시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사의를 반려했다. 김대통령은 “당은 대표를 중심으로 책임있게 운영되도록 해달라”면서 “당이 활성화되고 모든 문제는 당안에서 질서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힘까지 실어줬다.

이에 따라 김대표의 위상은 오히려 종전보다 한단계 격상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대표 입장에서는 취임때부터 당 일각에서 제기되어온 정체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되는 망외의 소득도 얻었다. 대표실 관계자는 “김대표가 재신임을 받음으로써 지금까지의 관리형 대표에서 대권주자형 대표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대통령이 김중권 대표체제를 재신임한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소장개혁파들의 타깃이 김대표가 아님을 대통령 자신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정작 서명파 의원들은 ‘대표 교체론’을 거론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대표가 당을 잘 이끌어왔고, 개각시점까지는 반짝거렸다”(秋美愛 의원)는 평가마저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를 교체하고 정부와 청와대쪽에는 이에 상응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소장개혁파들이 다시 궐기할 것은 뻔하다.

또한 대표 교체가 조속한 사태수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김대통령의 판단과 대안부재 문제 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래용기자 le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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