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안기금 투자심리 치료엔 ‘약발’

2002.10.01 18:39

정부가 폭락하는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나섰다. 정부는 1일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1996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증시안정기금을 주식시장에 투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그간 증시 불공정 행위 척결,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 확대 등 제도정비를 통해 간접적으로 증시를 도울 뿐 직접 주식시장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것으로 볼 때, 증안기금의 투입은 정부의 입장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주식을 사겠다는 수요가 약한 것도 현재 증시침체의 한 원인”이라며 “중·장기적인 수요확충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의지가 시장에 전해지면서 이날 우리나라 증시는 전일 미국 증시의 하락(다우존스, 1.42%)에도 불구하고 거래소시장이 전날에 비해 0.88% 오르는 등 선방(善防)을 하며 장을 마쳤다.

◇증안기금 투입 실효성 있나=증안기금 투입은 현재로서는 ‘립서비스’ 성격이 강하다. 정부의 계획대로 증안기금 중 2천5백억원을 시장에 넣더라도 수요측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언 발에 오줌누기 격’이다. 침체상태인 지금도 주식시장의 하루 거래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또 증안기금은 실제 집행까지는 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장 투입될 수도 없다. 현재 증안기금은 내년 5월을 목표로 청산작업이 진행중이다. 따라서 새로 주식을 사는 신규 운용은 정지되어 있다. 주식 매입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려면 은행, 보험, 상장사 등 470여 조합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정보팀장은 “2천5백억원을 투입한다 해도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는 아니나 정부가 증시 급락에 관심을 표명하고 추가적인 안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도 “2천5백억원은 증안기금의 이익금”이라며 “시장 참여자이기도 한 조합원들이 청산 후 이 돈을 그냥 가져가는 것보다 시장을 위해 공동으로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심리적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주식시장 관계자들은 증안기금이 투입된다면 최근 급격히 얼어붙은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 회복에는 어느 정도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과거 증안기금 투입 때와는 달리 지금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등락에 주식선물·옵션시장이 연계돼 있어 인위적인 증시부양이 시장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이번 조치는 정책적인 제스처 이상의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가 주식시장이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만 일단 투입금액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김상무는 “1990년 증안기금 설립 때와는 시장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며 “증안기금으로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사들이면 주가지수선물과 옵션 내재가치에 영향을 미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를 비싼 가격에 사들이면 프로그램 매매를 초래하고 이것이 선물·옵션 등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투증권 김재호 주식운용 팀장은 “현재 주식시장이 대외변수에 휘둘리고 있어 2천5백억원이 투입된다고 해도 단기적으로 1~2일 정도 낙폭을 줄이는 데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용석·이상연기자 kimy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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