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구타사망’ 은폐기도

2002.11.01 18:13

서울지검에서 조사를 받다 숨진 피의자 조모씨(32)의 사망사건과 관련,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 검찰이 사건초기부터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조씨가 숨진 직후부터 주장해온 ‘자해에 의한 뇌출혈’보다는 심한 구타가 직접사인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검안 의사가 소견을 밝힌 데다, 목에서 물까지 검출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물고문’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도 제기됨에 따라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구타에 의한 사망인가=조씨를 처음 검안한 강남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이미진씨(32·여)는 1일 “온몸에 구타를 당한 흔적이 있었으며 죽을 만큼 맞은 것 같았다”면서 “뇌 부위에도 상처가 있었지만 옆구리, 허벅지, 손목 등도 상처와 심한 멍자국과 함께 부어 있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당시 조씨의 상태에 대해 신체의 각 기능이 정상이 아니라는 의학용어로 ‘다발성 기능부전’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조씨가 도착한 후 혈액검사 결과 간, 근육효소의 수치가 상당히 낮았고 급성신부전증까지 보여 이미 심한 구타가 가해졌음을 짐작케 했으며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쓰러진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면서 “지주막하 출혈(뇌출혈)이 아니었어도 사망했을 다른 요인이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어 “심폐소생술을 하기 위해 폐에 남아 있는 찌꺼기를 없애는 과정에서 조씨의 인후두에서 (계량화하기는 힘들지만) 한모금 분량의 물이 나왔다”면서 “그러나 그 양이 적은 데다 폐에 물이 고이지 않아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사망원인을 물고문으로 단정짓기는 힘들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는 또 “심폐소생술을 실시, 심장과 맥박을 다시 뛰게 해 법적인 사망시간은 26일 오후 7시이지만 사실상 도착 시간인 낮 12시30분 이전에 이미 사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씨에 이어 병원에서 조씨의 변사체를 조사한 경찰 관계자도 “조씨가 입은 하의에서 대변 흔적이 나왔다”고 밝혀 이씨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구타 등 가혹 행위가 조씨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 사건 초기부터 자해가 주요 사인일 가능성을 비춰온 검찰의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

◇검찰의 방해의혹=검찰은 119구급대에 의해 강남성모병원으로 실려온 조씨에 대해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하던 의료진의 정밀검사를 은연중에 방해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환자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CT촬영 등 정밀진단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현장에 있던 검찰 직원이 “자해 행위로 다쳤으니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하자”고 주장, 더이상 정밀진단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시 유족이 ‘검찰이 말도 되지 않는 내용을 주장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제대로 검사할 분위기가 아니었는데다 검찰 직원들이 검사 과정을 주시, 눈치가 보여 검안 내용을 유족과 검찰에 구두로만 설명했고 기록으로 남기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조현철·손제민기자 cho197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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