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근해 섬이 솟는다?

2002.11.26 18:57

171년 전 바다 속으로 사라진 섬이 어느날 떠올라 외교분쟁까지 일으킬 수 있게 됐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에트나 화산의 활동이 계속될 경우 바다 속에 가라앉았던 부근의 한 화산섬이 물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25일 CNN이 전했다.

엔조 보시 이탈리아 지구물리·화산학 연구소 소장은 “에트나 화산의 분출과 시칠리아 동부와 북부의 지진활동 등이 관찰되고 있다”며 “수주 또는 수개월내에 섬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시 소장은 “바다에서 섬이 떠오르는 광경은 아름답고 황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제의 섬은 시칠리아에서 남쪽으로 약 30㎞ 떨어진 튀니지 부근 바다 밑의 ‘페르디난데아’. 화산이 가라앉으면서 형성된 화산섬으로 현재 봉우리는 해수면 아래 8m 지점에 잠겨있다.

역사상의 기록을 살펴보면 페르디난데아섬은 이미 모두 4차례 해수면 위로 떠올랐었다. 264~241년 포에니전쟁중 해저 화산 분출과 함께 처음 바다위로 모습을 드러냈던 페르디난데아가 마지막으로 솟아 오른 것은 1831년 7월2일. 당시 페르디난데아는 유럽 국가들 사이에 영유권 분쟁까지 일으키다 6개월 만에 다시 지중해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영국과 스페인, 부르봉 왕가가 해발 64m, 둘레 약 5㎞에 불과한 이 바위섬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 영국은 ‘그레이엄 아일랜드’로, 시칠리아 부르봉 왕가의 페르디난드 2세는 ‘페르디난데아’로 각각 이름까지 붙이고 영유권을 주장했다. 아직도 그 영향이 남아 학자들은 ‘그레이엄 뱅크’로 부르지만 이탈리아인들은 여전히 페르디난데아를 고집하고 있다.

보시 소장은 이미 시칠리아의 잠수부들이 물 속에 들어가 페르디난데아가 떠오를 경우에 대비해 섬 정상에 이탈리아 국기를 꽂아놓았다고 밝혔다.

<김광호기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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