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청문건’ 모두 공개하라

2002.12.01 19:04

한나라당이 터뜨린 ‘국가정보원 도청의혹’ 사건이 점입가경이다. 한나라당은 어제 다시 도청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료를 추가 폭로하고 나섰다. 당사자들이 한결같이 부인하고 있어 사실의 진위 여부를 가릴 길은 없지만 내용만을 보면 참으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국정원이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 핵심인사들의 통화내용까지 도청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믿고 싶지는 않지만 청와대가 검찰의 권력형 비리 수사에 개입하고, 인사전횡을 부린 사실까지 담고 있다. 정치권, 언론계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청와대까지 샅샅이 도청을 당했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국정원 ‘도청의혹’은 대선 득표를 겨냥한 정치공방 수준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 대선을 핑계삼아 검찰이 세월이 약이라는 식으로 적당히 넘어가려 한다면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어나기 어렵다. 도청은 인권을 유린하는 범죄행위다.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도청행위가 여전히 활개를 치는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먼저 한나라당은 도청의혹과 관련, 입수한 모든 문건을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 찔끔찔끔 자료를 내놓으면서 여론몰이를 하면 득표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계속 터뜨리겠다는 식의 자세는 진실규명보다는 표를 의식, 폭로전을 펴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아울러 자료의 출처도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도청문제는 제보자의 신변안전 차원을 넘어선 국민적 관심사다. 한나당의 사설 도청팀 운영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마당이다. 어떤 경로로 도청문건을 입수했는지 밝혀야 한다.

국정원이나 청와대 역시 터무니없는 괴문서라는 식의 발뺌으로 일관해서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문건의 글자체가 다르다는 식의 변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공개된 내용을 보면 누가 됐든 불법적 도청행위를 한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인권대통령을 자처하는 정부의 명예를 걸고 특검제든, 국정조사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실을 가릴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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