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대조표’ 작성…DJ부채·자산 승계

2003.01.02 23:51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가 2일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실정(失政)을 따지기로 한 것은 신·구정부간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충분히 예견됐던 대목이다. 노무현 인수위가 전임 정권의 과오를 어디까지 파헤치고 책임을 추궁할 것인가는 DJ 정권과의 관계 정립 문제와 직결돼 있어 향후 진행과정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배경=인수위측은 실정 파악은 정책 인수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한 조치라고 말하고 있다. 노당선자가 후보시절부터 “김대중 대통령의 부채와 자산을 승계하겠다”고 언명한 데 따른 DJ 정부의 ‘대차대조표’ 작성이라는 것이다.

인수위가 관심을 쏟는 분야는 재벌개혁, 의·약분업, 가계부채, 마늘협상 등 정책 시행과정에서 혼선을 빚었거나 개혁에서 뒷걸음질친 정책들이다.

경제1분과의 한 위원은 재벌정책과 관련, “대기업 규제완화라는 명분으로 재벌들에 대해 각종 규제를 풀어준 것은 잘못이라는 게 당선자의 인식”이라며 “당장 원위치시킬 수는 없겠지만 원칙에 어긋난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도·감청 의혹, 현대 4천억원 대북지원설, 공적자금 운용 실태 등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이같은 대형 의혹은 새 정부까지 이어질 불씨라는 점에서 명확한 진상규명이 불가피하다는 게 인수위측의 입장이다.

정무분과의 한 위원은 도청·비리 의혹 등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다. 어디까지 사실이고, 사실이라면 왜 일어났는지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 정부 대표적인 실정으로 지목돼온 인사정책은 빼놓을 수 없는 대상이다. 인수위는 공식 라인이 배제된 채 비선(秘線)이 인사에 개입한 과정을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다.

◇전망=과거 국정운영의 실태를 조사하고(1단계), 개선책을 마련하며(2단계), 새 정부 국정과제를 확정짓는다(3단계)는 인수위의 3단계 업무일정과 맞물려 있다.

현 정부 실정 추궁은 1단계에 포함돼 있다. 일정대로라면 이는 오는 15일까지 파악이 끝나도록 돼 있다.

인수위는 일단 책임규명은 분명히 하지만 인적청산이나 사법처리를 겨냥하는 의도적 추궁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현 정부 국정운영의 공과를 따지되, 과거의 정권교체 때처럼 구 정부와의 청산이나 단절·차별화를 목적으로 한 해부는 아니라는 의미다.

인수위 정무분과 김병준(金秉準) 간사는 “검찰에 고발하는 것은 나중에 할 수도 있고, 과거에 대한 책임추궁은 사정당국에서 하면 될 것”이라며 “인수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구조적 원인이 뭔지 알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자 처벌보다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역점을 둘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감사성 인수·인계작업이 진행되면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도청·인사 비리의혹 등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제도적 대책 마련에 앞서 형사처벌이 먼저 이뤄질 사안들이란 점에서 폭발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박래용기자 le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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