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복권 狂風 전문가들 진단·처방

2003.02.02 18:42

사회·심리학자들은 복권 광풍에 대해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보상 심리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정부가 이런 심리를 이용, 복권사업을 벌이고 부추기는 것은 도덕적으로 추악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중앙대 이병훈 교수(사회학)=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경제난으로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 로또 열풍은 분배 및 소비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봉급생활자 등 서민들의 보상욕구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 책임이 있는 정부가 이를 해소하지는 못할망정 한탕주의 등 사회병리현상에 편승해 복권사업을 벌이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한신대 김종엽 교수(사회학)=어느 상황에서나 대중은 인생 역전을 노리면서 사행심에 물들 수 있는 속성을 갖고 있다. 정부가 이를 이용해 복권뿐 아니라 경륜·경마·경정 등 도박산업을 주도하거나 허용하는 것은 추악한 짓이다. 복권 등을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은 그 가능성이 매우 낮아 환상에 지나지 않으며 인생의 행복에 큰 도움도 되지 않으므로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중앙대 강내희 교수(영문학)=정부가 복권 수익금을 사회복지 등에 사용한다고 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사회복지를 위한 공공자금은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강자로부터 부를 떼어내 서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어야 한다. 즉 조세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서울대 서이종 교수(사회학)=자력을 통한 신분상승이 불가능해지고 성실하게 일하면 그만큼 보람과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정당한 보상기제가 마비되면서 복권열풍이 퍼지고 있다. 또 쉽게 한탕식으로 벌어들이는 당첨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또다시 성실하게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꺾인다.

▲연세대 황상민 교수(심리학)=명목상 내세우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와 동떨어진 현실에서 소시민들은 더욱 심한 박탈감과 위기를 느낀다. 복권이 소시민의 사회적 불만과 자기 삶에 대한 절망에서 헤어나 희망을 찾으려는 수단이라면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다만 수익금이 올바른 사회를 만드는 데 제대로 쓰일 것인지가 문제이다.

〈신현기·정유진기자 n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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