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로에 ‘제한속도가 둘’

2003.05.01 18:17

서울을 비롯, 전국의 상당수 자동차전용도로와 일반도로의 최고 제한속도가 들쭉날쭉 일관성 없이 설정돼 운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경향신문 취재팀이 전국 주요도로를 현장답사한 결과 드러났다. 특히 일부 지자체 접경 구간에서는 조건이 같은 한 도로이면서도 제한속도가 제각기 다른데다 엇갈린 기준으로 단속까지 실시, 현장사정을 외면한 편의주의식 교통행정의 폐해가 고스란히 운전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자동차전용도로 실태=서울의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등 자동차전용도로의 최고제한속도는 시속 80㎞. 그러나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상의 일부 구간은 최고 제한속도가 일정한 기준과 원칙없이 들쭉날쭉 적용되고 있다. 성수대교에서 영동대교 방향 강변북로의 최고 제한속도는 시속 80㎞이지만 이 구간 중간쯤 20여m 구간만 제한속도가 시속 60㎞로 지정돼 있다. 이 구간은 앞뒤 도로와 일직선상에 놓여진 곳으로 제한속도를 낮출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또 청담대교에서 잠실철교 쪽으로 가는 강변북로상 노면과 도로위를 가로지르는 입간판 형태의 교통안내표지판은 제한속도가 시속 80㎞로 표시돼 있지만 바로 옆 강가쪽에 있는 교통안내표지판은 시속 70㎞로 표시돼 있어 같은 지점에 대한 최고제한속도가 달랐다.

영동대교에서 성수대교 방향으로 가는 올림픽대로의 경우도 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교통안내표지판은 시속 80㎞, 도로 우측 교통안내표지판엔 시속 60㎞로 계속 표기돼 있어 어느 기준을 따라야할지 혼란스러웠다.

경찰 관계자는 “지자체와 경찰이 모두 교통안내표지판을 설치할 수 있어 일부 구간에서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도로에 다른 속도=분당과 서울을 잇는 분당~청담대교간 도시고속도로는 행정 구역에 따라 최고제한속도가 다른 대표적인 곳이다. 분당 구간은 시속 90㎞까지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서울 구간에 접어들면서 제한속도가 갑자기 80㎞로 바뀌어 바로 과속단속대상이 된다.

자유로와 서울의 강변북로도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강변북로의 행주대교~난지도~성산대교 구간은 자유로와 도로 선형과 차선 수가 같지만 자유로는 시속 90㎞, 강변북로 구간은 시속 80㎞로 다르다.

자유로와 강변북로로 매일 출퇴근하는 오상준씨(33·경기 고양시)는 “같은 도로인데도 행정 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제한 속도를 달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지방도 마찬가지=경기 부천시에서 인천 남동구 제2경인고속도로로 진입하는 장수고가 부근 왕복 8차선 도로는 일반국도와 고속도로의 경계지점이나 제한속도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없어 고속도로 기준인 100㎞로 달리는 운전자들이 번번이 무인속도측정기에 걸려 함정단속 논란이 이는 곳이다. 신모씨(32)는 “올해만 두차례 무인단속에 걸려 과태료를 물었다”면서 “고속도로 경계지점과 제한속도를 알리는 표지판만 세워도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경우 신천대로를 빠져나와 도시고속화도로로 진입하는 서대구 육교구간(1.4㎞), 대전 대덕구 신탄진로의 경우 중간에 제한속도가 시속 10~20㎞로 갑자기 바뀌는 대표적인 구간이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각 도로의 기능적인 측면과 내용에 따라 제한속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목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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