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부터 변해 勞使윈윈 새길 열자”

2003.06.01 18:50

“남이 자기견해를 강력히 주장하면 옹고집을 피운다고 하고, 내가 주장을 강력히 내세울 때는 초지일관한다고 한다. 남이 지시하지 않은 일을 해놓으면 월권행위라고 하고, 자기가 명령받지 않고 직접 한 일은 솔선수범이라고 한다”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 용인 현대인재개발원에서 한국리더십센터(대표 김경섭)가 주관한 ‘성공하는 리더들의 7가지 습관, 최고경영자(CEO) 워크숍’에 참가한 사람들은 ‘내가 우선이고 너는 나중’이라는 ‘승·패(win-lose)’적 사고의 예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손재익 원장, 한라대 이광희 총장, (주)해찬들 오정근 대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정인태 대표, (주)오뚜기 이문규 이사, (주)보워터한라제지 이달영 상무, (주)마인드에이스 강규형 대표 등 17명의 CEO 또는 CEO후보들은 상사와 부하간의 대인관계에서 상호이익을 모색하는 ‘승·승(win-win)’적 사고방식과 태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에 “그동안 ‘나는 주인(오너), 너는 부하(종업원)’라는 인식을 너무 강하게 갖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전날 밤엔 10시까지 강의와 토론을 벌이고 쉴 짬도 없이 주어진 ‘숙제’를 하느라 자정이 다 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숙제란 자신들의 비전과 사명을 확립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되새기는 ‘사명서(使命書)’를 작성하는 것. 산속 새벽 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이날 오전 7시30분 각자의 사명서를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강행군’은 계속됐지만 이들의 표정 어느 구석에서도 피로는 찾을 수 없었다. 휴식시간은 2시간 가까운 강의 이후 돌아오는 10여분 정도가 고작이고 점심시간과 저녁시간도 정확히 1시간만 주어졌다. 그러나 이들은 이 자투리 시간도 삼삼오오 짝을 이루며 과제에 대한 토론을 계속했다.

28일부터 2박3일 동안 토론을 통해 회사내 인사문제, 노사관계, 조직의 관리와 발전, 거래처와의 갈등 그리고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 등 쏟아져 나온 고민들을 보면 겉으론 분명히 성공했다는 이들에게도 힘들어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닌 듯했다. 이광희 총장은 “노조와의 협상과정에서 노·사간 이견이 그렇게 큰지 몰랐다”고 토로했다. 동양기전 김상훈 이사는 “회사가 매년 30% 이상의 성장을 하고 있지만 그 성장에 걸맞은 조직과 문화가 정립되지 않아 ‘성장통’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참조은치과병원 박경순 원장은 “사회적으로 이만 하면 성공했다고 느끼는데도 정작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들은 이곳을 찾았던 것이다.

특히 워크숍 첫날 회사 직원과 동료, 가족들로부터의 ‘다면 평가서’, 리더십센터가 자신들도 모르게 미리 받아온 이 평가서를 전달받고는 대부분 크게 놀랐다. 한 CEO는 “나에 대한 평가가 낮을 것이라고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는데 막상 낮게 나오니 우울증에 걸리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며 “그러나 강의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그들의 이야기를 건성으로 들었던 태도가 몸에 배었다는 것을 느꼈고 그래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워크숍은 그러한 고민의 해결책으로 ‘나부터의 변화를 바탕으로 상호이익을 모색하는 리더십’을 제시했다. 이러한 리더십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7가지 습관(주도적이 돼라, 목표를 확립하고 행동하라, 소중한 것부터 먼저 하라, 상호이익을 모색하라, 경청한 다음 이해시켜라, 시너지를 활용하라, 심신을 단련하라)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강의를 맡은 김경섭 대표는 “리더십은 ‘나를 따르라’ 식으로 남을 이끄는 재주가 아니다”라면서 “조직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진정한 리더십은 자신부터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각자가 받은 구체적인 교훈은 각기 다르다. 한 참가자는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장·단점 등 새로운 면을 많이 발견했다”면서 “내가 변해야 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새로운 목표를 찾았다”고 말했다.

<박재현기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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