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 이슈, ‘생각해 봅시다’

2010.09.19 22:22

추석 차례상은 우리 사회 민심의 ‘용광로’다.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이고, 각기 다른 정치·경제·사회적 배경과 생각이 만나는 장인 때문이다. 그 결과 향후 민심의 향배와 정국의 풍향이 가늠되는 분수령이기도 하다. 이번 ‘추석 대화상’에 오르게 될 지금 우리 사회의 4대 쟁점을 짚어봤다. 4대강 사업 예산, 공정한 사회의 진로, 대북 쌀 지원, 무상급식·무상보육으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 복지 방향에 대한 선택이다.

(1) 4대강 사업, 내년 예산 ‘블랙홀’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후반기를 가늠할 핵심 쟁점이다. 환경 파괴 등 논란 외에 막대한 재정 소요로 인해 국가 예산구조 논쟁의 중심이기도 하다. 정부·여당의 ‘임기 내 완성’ 속도전과 야권·종교계·시민사회의 ‘4대강 저지’가 날카롭게 충돌하고 있다.

4대강 사업 남한강 제5공구인 경기 여주군 세종대교 아래에서 가물막이 해체 및 제방쌓기 공사가 한창이다. | 경향신문자료사진

4대강 사업 남한강 제5공구인 경기 여주군 세종대교 아래에서 가물막이 해체 및 제방쌓기 공사가 한창이다. | 경향신문자료사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충남 부여에서 열린 ‘2010 세계대백제전’ 개막식에서 “정부가 해야 할 모든 일들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재차 중단 없는 4대강 사업 추진을 다짐했다. 6·2 지방선거 패배와 종교계의 반대, 야당의 속도조절론에 맞서 4대강 사업 지탱에 나선 것이다.

내년 4대강 사업에 쏟아부을 예산은 9조4580억원이다. 올해(8조1968억원)보다 1조2612억원 늘었다. 당초 4대강 사업비 22조원의 대부분(81.8%)은 내년까지 집행되는 것이다. 정부의 내년 상반기 중 공사 완료 방침과 일치한다.

이처럼 여권의 강고한 입장의 배경엔 4대강 사업을 제2 청계천 신화, 즉 ‘MB 브랜드’로 만들려는 이 대통령의 계산과 고집이 큰 부분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로 인해 왜곡되는 우리 사회의 우선순위와 환경의 문제다. 당장 필요한 복지와 일자리, 성장잠재력 투자 등은 한정된 재원 속에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여야의 필사적인 ‘4대강 예산 전쟁’은 이 때문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4대강 사업 속도조절을 통한 서민예산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 소장 개혁파 일부도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주류에게 4대강 사업은 성역이다. 차라리 각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깎겠다는 입장이다.

<김광호 기자 lubof@kyunghyang.com>

(2) 공정한 사회, 제도화 의지 없어

이명박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인 ‘공정한 사회’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는 “대한민국 선진화의 윤리적·실천적 인프라”라며 그 기준은 균등한 기회를 주고,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지며, 승자가 독식하지 않는 사회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상생 방안에 대해 밝히고 있다. | 경향신문자료사진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상생 방안에 대해 밝히고 있다. | 경향신문자료사진

‘공정한 사회’ 기조는 현실적으로 정부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했다. 8·8 개각 이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2명이 자녀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문제 등으로 낙마하는 배경이 됐으며,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딸 특혜 특별채용 사실이 밝혀져 사퇴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먼저 많은 고통과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공정 드라이브’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부인했지만, 공직자와 정치권을 향한 사정설도 제기된다. 자신의 환부를 도려낸 칼날은 언제든 외부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공정사회론이 포퓰리즘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국민이 인정하는 국정 기조로 정착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잣대의 엄격함이 유지돼야 하고, 말이 아닌 구체적 정책으로 공정함이 구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이 재계 총수 12명을 청와대로 불러 대·중소기업 상생을 당부하고, 친서민 예산의 확충 필요성을 지적한 것에는 이런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불공정한 현실을 시정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개선 없이 가진 자, 강한 자의 인식변화와 기회의 균등만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영환 기자 yhpark@kyunghyang.com>

(3) 쌀 지원 통해 막힌 남북 뚫을까

북한 쌀 지원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변화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쌀 지원을 필두로 한 인도적 대북 지원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천안함 침몰 사건 등으로 인해 경색일로를 걸어왔던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변화시킬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 쌀을 실은 차량들이 북한으로 가기 위해 지난 17일 파주 남북출입사무소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 쌀을 실은 차량들이 북한으로 가기 위해 지난 17일 파주 남북출입사무소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대북 쌀 지원은 북한의 수해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 쌀 가격 폭락과 보관비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남한의 사정도 반영됐다. 이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대북 쌀 지원을 주문했고, 정부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에 쌀 5000t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17일에는 시민·사회단체가 육로를 통해 북측에 쌀 203t을 보내면서 현 정부 들어 첫 대북 쌀 지원의 물꼬를 텄다.

다만 대규모 지원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생색내기용’이 아닌 더욱 ‘통 큰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쌀 5000t은 북한의 연간 식량 부족량 100만t에 크게 못 미치는 만큼 과거 정부의 통상 지원 규모인 40만t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여권에서는 ‘북한의 군량미 100만t 비축’을 거론하는 등 안보 문제를 끌어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쌀 지원을 위해선 북한의 천안함 사건 사과나 비핵화 진전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 ‘호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북 쌀 지원에 대해선 국민적 공감대가 비교적 폭넓게 형성돼 있고, 6자회담 재개 움직임 등 한반도 주변 상황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 쌀 지원 문제를 고리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다시금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김진우 기자>

(4) 與 선별적 복지 - 野 보편적 복지

정치권은 지금 ‘복지 경쟁’ 중이다. 국가·성장의 자리는 서민과 복지가 대체했다. ‘다 함께 잘 사는 사회’로 집약되는 복지·분배의 문제가 2012년 총선, 나아가 대선까지 가늠할 화두로 자리매김하면서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5월31일 서울 명동에서 친환경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경향신문자료사진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5월31일 서울 명동에서 친환경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경향신문자료사진

한나라당은 무상보육을 전면에 세운 소위 ‘서민희망 3대 과제’를 내세웠다. 민주당은 무상급식을 중심 축으로 반값 등록금, 서민의료비 경감 등 복지 의제에서 진보성을 강화하고 있다. 6·2 지방선거 복지 쟁점을 관통한 ‘전면 무상급식’ 대 ‘선별 무상보육’ 구도가 재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 경쟁’에 가세한 여권의 복지론은 ‘보육’과 ‘7 대 3의 사회’ 두가지로 집약된다. 상위 30%를 제외한 국민들에게 보육비를 지원키로 한 것이 “친서민 정책 확대”의 결과물이고, 지원 대상인 70%는 여권 복지론의 기본틀로서 서민·중산층의 기준이다.

이 같은 상황은 무상급식으로 대변되는 복지 쟁점이 지방선거 선거전을 지배한 경험측이 배경을 이룬다. 복지 쟁점은 20·30대, 특히 주부층 등을 선거의 새로운 세력군이자 변수로 부상시켰다. 그 점에서 여권의 ‘70% 복지’ 논리는 야당의 보편적 복지에 대한 대응책으로 읽혀지기도 한다.

문제는 국민 평균적 삶의 질 향상을 지향, 복지를 권리로 인식하는 ‘보편주의’와 달리 70% 복지는 시혜적인 것, 즉 권리가 여전히 정부나 부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몫으로 남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제도적 안정성은 약하고, 주거·의료 등 생활 전반으로의 확장성도 미약하다.

<강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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