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 강조하던 박, 정치적 부담에도 김용준 사퇴 수용

2013.01.29 22:11 입력 2013.01.29 23:53 수정
이지선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사상 초유의 초대 총리 낙마라는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29일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의 사퇴를 받아들인 것은 김 지명자의 청문회 통과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데다 법치주의를 강조해 온 자신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 측은 김 지명자의 사퇴 표명 후 말을 아꼈다. 사퇴는 김 지명자의 결정이었다고 두둔했다. 하지만 김 지명자를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비롯해 두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등 각종 의혹이 연일 언론을 통해 도마에 오르자 야권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김 지명자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드는 상황이었다. 향후 국회 청문회 등 검증 절차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김 지명자가 법치주의와 원칙을 강조하는 박 당선인의 국정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도 뒤늦게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총리로 지명할 때 법치주의 구현과 소수자 보호에 적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증이 시작되자마자 법치주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김 지명자의 재산 증식 과정이 드러났다. 게다가 박 당선인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해 법질서에 맞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한 터였다. 이 대통령을 비판한 잣대를 김 지명자에게 적용했을 때 더 이상 안고 갈 명분이 없어졌다고 본 것이다.

이날 김 지명자 낙마 기류는 박 당선인 측 주변에서도 일부 감지됐다. 사퇴 발표를 앞둔 오후 박 당선인 측에서는 김 지명자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관련해 “세금은 잘 냈어야 하는데…” “병역 문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연상시킨다”는 식의 표현이 나왔다. 김 지명자를 적극 옹호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김 지명자를 그대로 안고 갈 경우 져야 할 정치적 부담도 사퇴를 받아들인 한 이유다.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 첫 중요 인사에서부터 난항을 겪을 경우 초기 국정운영 전반에 악영향이 우려된 게 사실이었다. 초기 당초 ‘무난한 인선’이라며 김 지명자에 대해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야권이 강공으로 전환해 야당의 협조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한 핵심 관계자는 “여론이 좋지 않다는 보고는 박 당선인도 받았을 것”이라며 “조금 타격이 있더라도 이번에는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선택이 “만시지탄이지만 잘한 선택”(새누리당 당직자)이라는 말도 나왔다. 인수위 관계자는 “자신이 조금 깨지더라도 ‘내가 맞다’고 버티는 지도자보다는 소통하는 지도자가 좋은 것 아니겠느냐”며 “애초 검증을 잘했으면 더할 나위가 없었겠지만 늦게라도 민심을 읽은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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