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용납않는 박근혜 정부 현안마다 충돌 ‘갈등 제조기’

2013.12.23 23:01

‘비정상의 정상화’ 명분 내세워 힘의 통치 강행

정부·여당이 사회갈등을 조정하고 중재안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며 더욱 키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란 명분을 내건 채 힘에 의한 통치를 밀어붙이고, 새누리당은 이를 좇아 야당 등 반대 진영을 몰아치는 데 진력하고 있다. 반대를 허용치 않는 여권 행보가 현안마다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며 ‘갈등 제조기’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시작 전부터 꼬인 ‘비정상의 정상화’

박 대통령의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전부터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 갈등 관리와 소통에 문제를 드러내며 제2, 제3의 충돌도 예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할 일을 하면 국민이 알아줄 것”(19일 새누리당 당직자 오찬)이라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개혁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화와 타협을 회피하고 법치·원칙만 내세운 대처 방식이 갈등을 확산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취임 7개월 만에 50% 아래로 곤두박질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오른쪽)와 김을동 의원(왼쪽)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철도파업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대동 의원을 사이에 두고 장난스레 서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오른쪽)와 김을동 의원(왼쪽)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철도파업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대동 의원을 사이에 두고 장난스레 서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 10대 핵심과제를 “발본색원을 목표로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이 중 불합리한 단체협상·임금체계 등 ‘노사 분야 비생산적 관행 개선’ 과제는 일방적 밀어붙이기식으로는 노·사·정 간 갈등의 골만 깊게 할 공산이 크다.

다른 갈등 사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정부가 원격진료 허용 방침을 내놓기 무섭게 의료계는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의료 자법인의 영리사업 허용과 원격진료를 의료 민영화 전 단계로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철도노조 사태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밀양 송전탑 문제도 평행선을 달리며 해결될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집권 첫해 수면 아래에서 잠잠하던 사회·경제적 갈등 이슈가 집권 2년차에는 물 위로 분출한다는 점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원만한 해결로 이끄는 리더십은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의 성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반대하면 찍어 누르는 박근혜 정부

여권은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세력에 ‘종북’ ‘반역’ ‘반정부 세력’ 등의 프레임을 덧씌워 몰아붙이고 있다. ‘나와 다르면 적’이라는 폭력적 이분법을 적용해 낙인찍는 것으로, 야권과 종교계에 이어 이제는 노동계까지 적으로 돌려세운 상태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공기관 개혁을 거부하거나, 박근혜 정부 실패를 유도하려는 정략적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야당을 향해 “(민주노총과) 반정부 공동전선을 구축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철밥통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여권은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요구를 ‘반역’으로 몰아붙였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불공정 대선을 문제 삼은 문재인 의원 등을 겨냥해 “헌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반역’을 자행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지난달 22일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거론하며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자 “그 사람들의 조국이 어디인지 의심스럽다”(이정현 홍보수석)고 했다.

야당 내에선 “대선 불공정 문제들은 새 정부가 미안한 마음만 가진다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한다.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음에도) 사회가 혼란하다면 우리가 국민을 설득할 수도 있다”(문재인 의원)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정작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권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식의 편싸움 논리로 강경대응을 고집하면서 갈등 이슈들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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