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 후 특별사면… 한국 권력형 비리 ‘불변의 법칙’

2015.05.15 21:52 입력 2015.05.15 21:56 수정

한국 권력형 비리는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친·인척 비리, 측근 비리가 대표적이다. 대통령 자신과 가족, 측근들이 비운을 겪지 않은 정부는 드물었다. 망명(이승만), 살해(박정희), 구속(전두환·노태우), 아들 구속(김영삼·김대중) 등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측근 비리는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김윤철 교수는 “대통령에 당선만 되면 보상이 뒤따르기 때문에 앞다퉈 줄을 선다. 대통령에게 경쟁적으로 충성하는 과정에서 온갖 비리가 움트게 된다”고 지적했다. 1992년 대선을 앞두고 터진 부산 초원복집 파문은 이런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역대 정권 모두 주변 감시장치를 뒀지만 적은 인원, 가족(연고)주의, 대통령 눈치 보기 등에 막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정경유착 구조 또한 권력형 비리를 상징한다. 정치가는 돈(정치자금)을 받고 공권력을 남용하고, 기업가는 돈을 주고 불법 이익(금융·세제 이익)을 취한다. 불법적인 담합이다. 성공회대 조현연 교수는 “정경유착은 정치권이 기업인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사적인 차원에서 정치를 작동시키는 것”이라며 “부패 정치는 필연”이라고 비판했다. 유착의 핵심은 비자금이다. 기업의 비자금은 대부분 정·관계에 뇌물로 빠져나가 지하경제를 조장한다. 1987년 4월 범양상선의 불법 외화유출 사건 이후 비자금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됐다.

군 비리도 빼놓을 수 없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군은 불가침 지대였다. 80년대 율곡 비리 사건, 90년대 백두사업과 린다 김 사건, 각종 군납비리 등은 굵직굵직한 군 비리 사건이다.

대통령 특별사면권이 남발된 것도 권력형 비리를 부추긴다. ‘권력형 비리’ 사면은 91년 2월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3주년 때 5공 비리로 수감 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경환씨를 특별감형하고, 거액어음 사기사건에 연루된 이철희씨를 사면하면서 본격화했다. 외국에선 사면 남발이 드물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사면은 법률의 획일성이나 경직성, 수사 과정의 오류를 시정하기 위해서만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프랑스는 부정부패 공직자와 선거법 위반 사범, 테러범 등에 대해서는 사면을 엄격히 제한한다. 한 법조인은 “우리 사면제도의 최대 수혜자는 부와 명예를 가진 이들”이라며 “사면이 남용되는 한 권력형 비리는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좋은 정당, 좋은 리더십, 좋은 정치 없이는 권력형 비리가 개선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제도적으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상설특검제 등이 시급해 보인다. 투명한 정치자금, 돈 공천 방지, 선거공영제 강화 등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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