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끌고 결국 ‘절충’…논란의 중심에 선 감사원장

2020.10.20 20:58 입력 2020.10.20 22:10 수정

정치에 선 그었지만…‘정치적 해석’ 불가피한 결론 내놔

최재형 감사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최재형 감사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감사원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에 대한 감사를 벌이는 1년여 동안 최재형 감사원장(64)은 줄곧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감사 일정 지연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 반대로 비친 소신, 청와대와의 인사 갈등설까지 맞물리면서 그의 행보가 이례적인 주목을 받았다. 감사원이 20일 ‘절충안’으로 여겨지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지만, 최 원장을 둘러싼 후폭풍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에 대한 논란은 지난 4월 총선을 전후해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 4월9·10·13일 감사위원회가 열렸지만, 심의는 의결되지 않았다. 최 원장은 총선 전날 이례적으로 나흘간 휴가를 냈고, 업무 복귀 직후 담당 국장을 교체했다. 이를 놓고 해석이 난무했다. 그 무렵 최 원장이 직원들에게 “외부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고 한 발언도 회자됐다.

최 원장을 둘러싼 논란은 특히 피감사자이자 원전 폐쇄를 주도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충돌 이후 증폭됐다. 최 원장이 4월 직권 심리에서 ‘대선에서 41%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적 합의를 얻었다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고 백 전 장관이 7월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것이다.

여당은 최 원장 발언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편향성 논란을 제기했다. 에너지전환포럼 등 탈핵 시민단체들도 “최 원장이 ‘조기 폐쇄가 부당하다는 결론에 끼워 맞춘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반면 야당은 최 원장이 친여 성향 감사위원들에 포위돼 있는 와중에도 ‘소신’을 지키고 있다며 이 문제를 대정부 투쟁 소재로 삼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초대 감사원장에 대해 보수 진영이 ‘뚝심 감사원장’으로 찬사를 보내는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졌다.

최 원장은 감사위원 임명을 두고 여권과 갈등을 빚었다. 청와대는 4월3일 퇴임한 이준호 전 감사위원 후임으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추천했지만, 최 원장은 그를 감사위원으로 제청하지 않았다.

최 원장은 이번 감사와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감사 저항이 큰 감사는 처음이었다”며 피감기관들의 자료 삭제 등을 폭로했다. 감사원은 이날 월성 1호기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저평가했다’면서도 조기 폐쇄 결정 타당성에는 아무런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최 원장 자신은 ‘성역 없는 감사’를 강조하며 정치에는 일절 선을 그어왔지만, 정치적 해석이 난무할 수 있는 결론을 내놓으면서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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