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교사는 무혐의 ‘불송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성접대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이 전 대표의 ‘무고 혐의’를 인정했다. 성접대의 실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은 이 전 대표의 증거인멸교사 혐의는 송치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13일 무고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표를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검찰은 14일 이 사건을 배당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2013년 7월11일과 8월15일 대전 유성구의 한 호텔에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성접대를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자 관련 의혹을 최초로 알린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김성진 대표 측 강신업 변호사는 이 전 대표를 ‘무고죄’로 고발했다.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있음에도 이 전 대표가 가세연 관계자들을 허위로 고발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이 전 대표의 무고 혐의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은 성접대의 실체가 있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성접대가 무고 혐의의 전제 사실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다소 무리하게 송치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말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무고 혐의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송치 여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경찰 실무자들이 이 전 대표 수사로 상당한 압박을 받는 상황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무고 혐의로 송치하는 것은 몰라도, 혹여 기소까지 될 경우 재판에서 인정받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며 “성접대가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을지 몰라도 거기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입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전 대표의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했다. 이 전 대표는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뒤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을 통해 김성진 대표의 의전을 담당하는 장모 이사를 회유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한 경우 성립한다. 이 전 대표의 경우 자신의 성접대 혐의와 관련해 회유를 시도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이 전 대표를 무고 혐의로 송치하는 것으로 성접대 의혹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찰은 지난달 20일 이 전 대표의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와 특정범죄가중처벌상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 판단을 하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공소시효는 성매매가 5년, 특가법상 알선수재는 7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