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근거 KB 통계도 호가 반영치…“주간 단위 통계, 시장 혼란만” 지적

2023.09.15 21:01 입력 2023.09.15 21:02 수정

전문가 “매주 발표하는 나라 없어”
기준 불분명한 복수 통계 동시 공표
호가가 시장 좌우하는 부작용 유발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한국부동산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부동산 통계를 조작했다고 발표하면서 주택가격 통계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어느 기관도 ‘완전한 집값 통계’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간 단위로 발표하는 관행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15일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청와대와 국토부의 부동산원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총 94회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이날 감사원 발표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업계는 집값 급등기였던 당시 이례적으로 부동산원과 KB부동산 발표에 격차가 컸던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정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아파트값이 순식간에 폭등했다는데 정부 발표는 많이 안 올랐다는 식이었다”며 “부동산원이 꼬박꼬박 발표하던 다음해 부동산시장 전망도 문재인 정부 임기 중반부터 갑자기 중단된 것을 두고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 국토부 관계자도 “집값 급등기에 KB와 부동산원 통계가 달라서 괴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 의혹을 제기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전임 정부는 25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5년 임기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2배 넘게 상승했다”며 “잘못된 통계를 근거로 나온 부동산 정책이 집값을 잡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부동산원 통계 수치가 잘못됐다며 비교한 KB부동산 수치도 신뢰도가 높지 않다. 부동산원은 직원 300여명이 표본주택 3만2900가구를 대상으로 변동 상황을 분석해 내부 시스템에 입력하면 검증 작업을 거쳐 최종 시세를 반영하는 식으로 산출된다.

반면 KB부동산은 2008년부터 공인중개업소가 직접 입력한 ‘거래 가능한 가격’을 바탕으로 시세를 집계한다. 표본 수는 6만2220가구로 부동산원보다 2배 많다. 단, 중개업소가 직접 입력하는 만큼 시세가 아닌 호가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결국 실거래가인지 호가인지가 불분명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 결과가 공공과 민간에 의해 동시에 공표되면서, 호가가 시장을 좌우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특히 두 기관이 ‘매주’ 통계를 발표하는 것도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주택 거래는 매물을 내놓는 시점과 거래 완료 시점 사이에 시차가 있는데, 두 시점의 가격이 혼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주간 단위로 주택가격지수를 발표하는 나라는 없다”며 “조작이라고 보려면 참값이 있어야 하는데 KB도 호가가 반영되고 주간 발표를 하는 만큼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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