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서울 편입’ 뜨뜻미지근한 민주당···지역 여론 예의주시

2023.11.01 16:40 입력 2023.11.01 16:44 수정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특별시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1일 경기 김포시 거리에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권도현 기자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특별시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1일 경기 김포시 거리에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권도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여권발 경기 김포시 서울 편입 논란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역 주민 여론 수렴 없이 의제를 불쑥 던진 것을 비판하면서도 뚜렷하게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논쟁은 피한 채 서울·경기 지역 여론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CBS 라디오에서 “정략적으로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적으로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 또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협의·조정을 거치면서 정치권이 수용을 해야 하는데 그 반대다. 정치권에서 이슈를 일단 던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큰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당 대표라면 국토대전략 차원에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김포를 서울에 붙이느냐 마느냐로 하면 논란 자체가 매우 협소해지고 지역 이기주의만 부추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취재진이 김포 서울 편입에 대한 입장을 여러 차례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박찬대 최고위원만 역술인 천공이 앞서 “경기도하고 서울을 통폐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비판했을 뿐이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경기도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해 내놓은 술수로 보고 ‘메가 이슈’로 키우려 하지 않는다. 서울을 감싸고 있는 경기 김포·고양·구리·하남·과천·광명·부천시 지역구 현역 의원은 고양갑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제외하면 전부 민주당이다. 당 지도부는 7개 도시에 더해 남양주, 의정부까지 최대 21석을 국민의힘이 노린다고 분석한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힘도 여론조사를 해보니 경기도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 일단 던져놓고 간을 보는 것”이라며 “우리가 물면 자기들이(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이슈가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쓰레기 매립지 등 서울, 경기, 인천이 협의해야 하는 지역 현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서울·경기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도부 관계자도 “여권에서 뜬금없이 띄운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논쟁으로 들어가면 국론 분열만 된다.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목소리는 크게 내면서 논란이 확산되면 여당이 선점한 이슈를 키워주고, 자칫 서울 편입을 원하는 경기도 민심이 민주당을 떠날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이 때문에 서울 근교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주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하남시 지역구 의원인 최종윤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하남 행정구역 개편에 관한 설문조사’ 링크를 올렸다. 최 의원은 “총선용으로 급조된 주먹구구식 졸속 행정은 주민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며 “지역 주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경기 지역구 의원은 통화에서 “지방재정교부금 등 서울 편입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자기들끼리(국민의힘끼리) 갈라진다”며 “주민 뜻에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SNS에 “황당하기 짝이 없다. 경제와 민생은 뒷전으로 하면서 이념으로 국민을 갈라치기하더니 이제는 ‘국토 갈라치기’까지 하고 있다”며 “모든 절차와 방법은 무시한 채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지금 김포시에 가장 시급한 것은 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 확정과 예타 면제를 통한 조속 추진”이라고 했다.

야당 일각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총선을 앞두고 ‘여당 프리미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거 국면에서 민주당이 정책을 내놓으면 유권자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여당이 내놓은 정책은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 같은 여당 프리미엄을 활용해 더 많은 정책을 내놓을 것이고 민주당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종민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여당 프리미엄을 제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6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김포는 신호탄”이라며 “주식 공매도 등 여당이 적극적으로 정책 대응하는 데 대해서 상당히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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