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통제·신공항·서별관…청와대 사전에 ‘사과’는 없다

2016.07.03 22:32 입력 2016.07.03 22:35 수정

‘잘못’ 인정 땐 박 대통령 ‘레임덕’ 가속화 위기감 반영

관련 현안 “무관” “문제없다”…청와대 책임론 선 그어

대우조선 대규모 자금지원 ‘서별관회의’ 해명도 없어

‘사과는 없다.’

최근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각종 쟁점들을 대하는 청와대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가 초래했거나, 혹은 청와대가 관련된 문제임에도 ‘무관하다’거나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버티는 상황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잘못을 인정할 경우 임기말 ‘레임덕(권력누수)’이 심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정 최고책임자이자 컨트롤타워답지 않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국방송공사(KBS) ‘보도 지침’ 논란에서 청와대의 사과 없는 태도가 확인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해경 비판보도를 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은 사실이 폭로됐지만, 청와대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협조를 구했던 것” “통상적인 업무협조”라고 주장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같은 날 “두 사람 사이에 나눈 대화”라고 했다. 구체적 증거가 제시됐음에도 청와대 차원에서 일말의 유감 표명도 하지 않은 것이다. 외려 개인 간 문제로 돌리며 청와대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2012년 대선공약이었던 영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됐을 때도 청와대는 사과하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는 백지화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2일 오전 “김해공항 확장이 사실상 신공항”이라며 “공약 파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도 같은 날 오후 민주평통 해외 자문위원들과의 ‘통일대화’에서 “김해 신공항 건설이 국민들의 축하 속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공항 건설 논란이 일기 이전부터 거론됐던 김해공항 확장을 신공항으로 둔갑시키면서 공약을 지켰다고 ‘견강부회(牽强附會)’한 것이다. 대선공약 파기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사과는 일절 없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대규모 자금 지원을 주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해명’하지 않고 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7일 “지난해 10월 안종범 경제수석,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일방 결정했다”고 폭로했지만, 청와대는 “개인의 주장” “정책결정자들이 함께 결정한 것”이라고 해왔다.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에서 “당시 유동성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10만명의 근로자들이 실직 위험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산업 부실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지원이었음에도 잘못에 대한 인정이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청와대의 이 같은 태도는 임기말 레임덕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로선 정국 쟁점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거나 유감을 표명할 경우 향후 정부 부처 등에 대한 권위와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박 대통령 특유의 ‘무오류에 대한 확신’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4·13 총선 여당 참패에 대해 속시원히 사과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3일 “박 대통령은 남의 잘못은 대신 ‘사과’하는 건 잘하지만 자신이 연관된 문제는 잘 사과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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