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 만에 만난 문·윤, 안보·민생 논의

2022.03.28 21:06 입력 2022.03.28 21:08 수정

대선 후 19일 만에 청와대 회동

의제 설정 없이 현안 의견 교환

<b>만찬장으로</b>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기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들어서고 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대선 후 19일 만에 만났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만찬장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기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들어서고 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대선 후 19일 만에 만났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만났다. 역대 대통령·당선인 간 회동 중 가장 늦은 대선 후 19일 만이다. 사전에 의제를 정하지 않고 만난 두 사람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민생 현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비롯한 안보 문제 등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오후 6시쯤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시작했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동석했다. 식사 메뉴로 봄나물비빔밥, 탕평채 등 통합을 상징하는 음식과 해산물냉채, 해송잣죽, 한우갈비, 더덕구이 등 지역 특산물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적포도주를 곁들였다. 회동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을 만난 것은 검찰총장이던 2020년 6월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석 이후 21개월 만이다.

회동 형식은 당초 독대에서 배석자를 두는 자리로, 오찬에서 만찬으로 바뀌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편치 않은 관계를 감안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오후 5시58분 참모들과 청와대 여민1관 앞에 나가 윤 당선인을 기다렸다. 여민1관에는 문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 집무실이 마련됐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이 대통령 본관 집무실과 참모 업무 공간이 먼 것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이유로 들자 여민1관 집무실을 들어 반박한 바 있다.

잠시 뒤 윤 당선인을 태운 검은색 승용차가 도착했고, 문 대통령은 손을 내밀어 윤 당선인과 악수를 나눴다. 윤 당선인은 가벼운 목례 후 문 대통령에게 “잘 지내시죠”라고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비슷한 색깔의 감색 양복을 입었다. 문 대통령은 청색 넥타이를, 윤 당선인은 분홍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넥타이 색은 각자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상징색과 유사했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보다 두어 걸음 앞서 거리를 둔 채 녹지원을 가로질러 걸었다. 문 대통령이 녹지원 한복판에 있는 소나무를 가리키는 등 곳곳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여기(녹지원)가 우리 최고의 정원이라고 극찬을 하셨던 (곳)”이라며 “이쪽 너머가 헬기장”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쪽 어디에서 대통령님 모시고 회의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b>대선 후 첫 악수…눈빛 교환</b>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여민관 앞에서 만찬 회동을 위해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직접 맞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선 후 첫 악수…눈빛 교환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여민관 앞에서 만찬 회동을 위해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직접 맞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 “상춘재는 상징적 건물” 설명에 윤 당선인 “네”

문 대통령, 집무실 여민1관서
참모들과 함께 윤 당선인 맞아
녹지원·상춘재 등 경내 걸으며
윤 “대통령 모시고 회의 기억”

양측 회동 전까지 웃음기 없어
통합 상징 비빔밥·탕평채 만찬

회동 장소인 상춘재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매화나무와 산수유나무 등을 소재로 가벼운 담소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매화나무를 가리키며 “저기 매화꽃이 피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정말 아름답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자로 쓰인 상춘재 현판을 가리키며 “항상 봄과 같이 국민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를 두고 “청와대에는 이런 전통 한옥 건물이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상징적인 건물”이라며 “좋은 마당도 어우러져 있어 여러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에 한 발도 들이지 않겠다는 윤 당선인에게 외빈 접견이나 비공식회의 장소로 활용되는 상춘재의 의미와 유용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에도 이곳에서 차담했다.

윤 당선인은 “네”라고만 답했다. 두 사람은 잠시 녹지원 전경을 바라본 뒤 오후 6시3분 상춘재로 입장했다. 만찬 회동에 돌입하기 전까지 두 사람 사이에서 웃음기 띤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회동에서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른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추경안 편성 등 민생 현안 협조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경 불가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방역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얘기를 주고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야기된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회동에 앞서 “민생이나 안보 현안 같은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특히 안보 사안은 윤 당선인 측과 긴밀히 협력하라고 여러 차례 주문한 바 있다.

당초 예정됐던 지난 16일 회동이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당일 취소되는 등 극한 대립을 이어왔던 신구 최고권력이 이날 회동을 계기로 다소나마 화해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이 원활한 정부 이양을 위해 협력하게 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관계는 어긋난 인연에 가깝다.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적임자로 윤 당선인을 파격 발탁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둘러싼 충돌로 멀어졌다. 과거 각각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우리 대통령”이라고 불렀던 두 사람이 이날 현직 대통령과 야당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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