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녹지원 걸으며 “극찬 하셨던 곳”, 윤 “대통령님 모시고 회의한 기억 난다”

2022.03.28 23:18 입력 2022.03.29 18:49 수정

가장 늦었지만 가장 긴 만남

문, 집무실 여민1관 앞에서
참모와 함께 윤 당선인 맞아

탕평채 등 만찬에 적포도주
과거 인연 주제로 화기애애

문, 넥타이 선물 “성공하길”
윤, 헤어지며 “건강하시길”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28일 만찬 회동은 2시간36분 동안 진행됐다. 대선 후 19일 만인 역대 가장 늦은 만남이다. 이는 2007년 12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 간 회동 때의 2시간10분을 뛰어넘은 가장 오랜 회동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6시쯤 청와대 회동을 시작했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동석했다. 식사 메뉴로 봄나물비빔밥, 탕평채 등 통합을 상징하는 음식들과 해산물 냉채, 해송 잣죽, 한우갈비, 더덕구이 등 지역 특산물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적포도주를 반주로 한두 잔 곁들였다.

회동 형식은 당초 지난 16일 무산됐던 때와 달리 독대에서 배석자를 두는 자리로, 오찬에서 만찬으로 바뀌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편치 않은 관계를 감안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58분 유 비서실장 등 참모들과 청와대 여민1관 앞에 나가 윤 당선인을 기다렸다. 잠시 뒤 윤 당선인을 태운 검은색 승용차가 도착했고, 문 대통령은 손을 내밀어 윤 당선인과 악수를 나눴다. 윤 당선인은 가벼운 목례 후 문 대통령에게 “잘 지내시죠”라고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청색 넥타이를, 윤 당선인은 분홍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넥타이 색은 각자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상징색과 유사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보다 두어 걸음 떨어진 채 녹지원을 가로질러 걸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청와대에 있는 소나무, 매화나무, 산수유나무 등을 설명하며 대화를 이끌어갔다. 문 대통령은 “여기(녹지원)가 (윤 당선인이) 우리 최고의 정원이라고 극찬을 하셨던 (곳)”이라며 “이쪽 너머가 헬기장”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지난 20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브리핑에서 “(청와대) 본관, 영빈관을 비롯해 최고의 정원이라 불리는 녹지원과 상춘재를 모두 국민들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윤 당선인은 “이쪽 어디에서 대통령님 모시고 회의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을 만난 것은 검찰총장이던 2020년 6월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석을 위해 청와대를 찾은 이후 21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 현판을 가리키며 “항상 봄과 같이 국민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를 두고 “청와대에는 이런 전통 한옥 건물이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상징적인 건물”이라며 “좋은 마당도 어우러져 있어 여러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임 후 청와대에 한발도 들이지 않겠다는 윤 당선인에게 외빈 접견이나 비공식회의 장소로 활용되는 상춘재의 의미와 유용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당선인은 “네”라고만 답했다. 두 사람은 잠시 녹지원 전경을 바라본 뒤 오후 6시3분 상춘재로 들어가 본격적인 회동에 돌입했다. 이때까지 두 사람 사이에 웃음기 띤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비공개 회담 분위기에 대해 장 실장은 만찬 종료 후 브리핑에서 “두 분이 흉금 없이 과거 인연을 주제로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눴다”며 “두 분의 의견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키우는 반려견 이름이 ‘토리’로 같은 것을 소재로도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헤어지면서 윤 당선인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며 “꼭 성공하시기를 빈다. 제가 도울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건강하시기를 빈다”고 화답했다.

윤 당선인이 상춘재에서 나온 시간은 오후 8시48분이었다. 추가 회동 일정은 잡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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