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8·15 특사, 중대경제범죄 기업인·김태우 등 논란의 사면

2023.08.14 17:43 입력 2023.08.14 17:44 수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유엔사 주요 직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유엔사 주요 직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제78주년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과 이중근 전 부영그룹 회장 등을 포함한 2176명을 특별사면·감형·복권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은 대법원 유죄 확정 석 달 만에 사면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중대 경제범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이 줄줄이 사법적 단죄를 조기에 벗어나면서 윤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과 상식, 법치’의 가치가 무색해졌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인 오는 15일자로 단행되는 2176명에 대한 특별사면·감형·복권안을 이날 재가했다. 이와 함께 운전면허 등 행정제재 대상자 81만1978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를 시행하고, 모범수 821명을 가석방하기로 했다.

대상자 명단은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특별사면은 헌법 제79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으로 재판을 거쳐 형을 선고받은 이의 형 집행을 면제하거나 선고 효력을 없애주는 행위다. 정부는 “이번 사면을 통해 사회를 통합하고 국력을 집중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비리 기업인들이 “최우선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동참할 기회를 부여한다”는 명목으로 줄줄이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00억원대 배임 혐의로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된 박 명예회장은 형선고 실효 및 복권됐다. 2019년 10월 배임수재 등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형선고 실효 및 복권됐다.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됐던 이 전 회장은 복권됐다. 그는 앞서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된 바 있다.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황제 보석’ 재벌특혜 논란을 일으킨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운전기사에 대한 ‘상습 갑질’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이장한 종근당 회장 등도 각각 복권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 때도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석방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을 복권해 경영 일선 복귀의 길을 뚫어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도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민생과 경제회복”을 기업인 사면 명분으로 들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경제 살리기’를 이유로 재벌들이 잇따라 법원 처분을 중간에 벗어나면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정치참여 선언 때부터 “상식을 무기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강조해왔다. 대통령 결단으로 법원 판결 효력을 없애는 데 중대 경제범죄 기업인이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면서 ‘공정과 상식, 법치’에 부합하는 사면권 행사인지를 두고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또 김 전 구청장과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치인 7명을 사면 복권했다. 김 전 구청장은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지만 이번에 형선고 실효 및 복권 조치됐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출마가 가능해졌다. 확정판결 3개월만에 ‘초고속 사면’되면서 법치 훼손 지적이 나온다. 각종 외압을 넣은 혐의 등으로 2018년 징역 5년2개월을 확정받은 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이번에 복권됐다. 정부는 “정치·사회적 갈등 해소”를 사면 이유로 밝혔지만 이를 두고 정치권 시각이 엇갈리며 논쟁의 불씨가 던져진 모습이다.

여야는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의 고심 끝에 결정된 이번 사면안을 존중한다”면서 “이번 특사가 국민통합과 경제회복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전 구청장 ‘초고속 사면’을 들어 “부끄러움을 모르는 대통령의 법 파괴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경제인 사면을 두고는 “부패한 기업인들을 풀어주지 않으면 경제 활력을 도모할 수 없나”라고 비판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특사는 가진 자들에게 물어야 할 마땅한 죄도 묻지 않겠다는 ‘재벌 민원 처리 사면’이자 ‘정쟁용 꼼수 사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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