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한의과학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이젠 건보 적용, 친숙한 치료

2020.03.01 20:43
이준환 | 한국한의학연구원 임상의학부장

[알아두면 쓸모 있는 한의과학]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이젠 건보 적용, 친숙한 치료

이제는 컴퓨터로 글을 쓰는 시대다. 한글 입력 후 키보드 자판 하나만 누르면 자동적으로 한자 변환이 된다. 종이 위에 한자를 쓰는 경우가 드물게 됐다. 익숙했던 한자도 막상 힘주어 써 보려 하면 획을 이리 그어야 하나 저리 그어야 하나 종종 가물거릴 때가 있다.

예전에는 공부할 때나 일상생활에서 필기할 때 어려운 단어들은 일부러 한자로 써 보기도 했다. 한방신경정신과 수업 때의 일이다. ‘답답하다’ ‘막혀서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한자인 ‘울(鬱)’자를 대다수 친구들은 간략히 속자(俗字)로 썼다. 하지만 연습하려는 의도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필자는 매번 ‘鬱’자 그대로 쓰곤 했다. 필자의 노트를 보게 된 친구가 참으로 놀랍고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난다. 지금 ‘鬱’자를 다시 헤아려 보니, 총 29획이나 된다. 보기만 해도 답답한 한자이다.

아버지에 이어 최근에는 아들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서예학원에서 한자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내성적인 성격의 아들이 같은 반 친구에게 “요새 누가 영어 말고 한자를 배우니?”라는 공격적인 멘트를 듣고 상심해 귀가한 일이 있다. 역사는 반복되는 모양이고,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한자어를 구성하는 한자를 알면 단어의 뜻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우리 부자(父子)와 같은 사람들이 한자를 공부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한의학 분야에서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단어는 ‘추나’가 아닐까 한다. 밀 추(推), 당길 나(拿), 즉 추나요법은 본질적으로 밀거나 당겨서 치료하는 방법이다. 교과서처럼 설명하자면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과 같은 신체의 일부분이나 추나 테이블 등 보조기구를 이용하여 환자의 신체를 밀거나 당겨서 효과적인 자극을 가하여 구조나 기능상의 문제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전통의학이 있는 나라는 나라별 특색에 맞는 수기요법, 즉 손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발전시켜 왔다. 중국의 중국 추나(tuina), 태국의 마사지, 일본의 시아쓰(shiatsu), 서구의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 오스테오패시(osteopathy)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의 추나요법은 한의학적 이론에 기반한 전통적인 추나를 토대로 중국, 미국을 비롯한 각 나라의 수기치료 기법 중에서 우수한 방법을 흡수·발전시킨 통합적 수기법이다.

필자는 20여년 전에 처음 추나요법을 접했다. 당시와 최근 접한 추나요법의 교육 내용을 비교해 보면 임상 테크닉 등에서 상당한 발전과 개정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임상연구에서 유수의 국제학술지에 한국 추나요법에 관한 논문이 발표되었다. 국내 대학 및 척추전문 한방병원에서 요통이 있는 환자 194명을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로 물리치료 등 통상적 방법의 치료를 받은 대조군보다 6주간 추나요법을 시술한 환자군에서 통증이 더 많이 호전되었다. 이 연구는 실제 임상에서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추나요법의 효과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추나요법은 비급여 항목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의원마다 가격도 달랐고, 한의사가 직접 손으로 하는 치료이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지난해부터는 추나요법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이 많이 줄어 더욱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한자를 몰라도 자판만 누르면 누구나 한자를 쓸 수 있는 것처럼, 이제 추나라는 단어가 한자로 무슨 뜻인지 모르더라도 추나요법에 대한 건강보험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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