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장에 등장한 '강철 캡슐', 용도는 바로 '이것'

2022.09.18 09:00

우크라이나 철강기업 메트인베스트가 개발한 이동식 막사가 제작 뒤 격납고에서 대기하고 있다. 길이가 6m, 높이는 2m인 이 캡슐형 막사는 고강도 강철로 만들어졌으며, 조립과 분해가 쉽다. 내부에는 침대를 설치하거나 식당, 샤워 시설 등을 지을 수 있다. 메트인베스트 제공

우크라이나 철강기업 메트인베스트가 개발한 이동식 막사가 제작 뒤 격납고에서 대기하고 있다. 길이가 6m, 높이는 2m인 이 캡슐형 막사는 고강도 강철로 만들어졌으며, 조립과 분해가 쉽다. 내부에는 침대를 설치하거나 식당, 샤워 시설 등을 지을 수 있다. 메트인베스트 제공

메트인베스트가 개발한 이동식 막사의 내부 모습. 간이 침대가 설치돼 있으며, 바닥에는 물을 사용하는 상황에 대비한 배수구도 마련돼 있다. 막사 벽에는 주름을 넣어 포탄에 맞아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메트인베스트 제공

메트인베스트가 개발한 이동식 막사의 내부 모습. 간이 침대가 설치돼 있으며, 바닥에는 물을 사용하는 상황에 대비한 배수구도 마련돼 있다. 막사 벽에는 주름을 넣어 포탄에 맞아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메트인베스트 제공

“우리는 오로지 한 방향, ‘전진과 승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수복한 자국 동북부의 도시 이지움을 방문했다. 화약 냄새가 가시지 않은 거리에서 군인들을 격려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이 힘 있는 문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전쟁 지도자로 떠오른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총공세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7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는 러시아의 낙승을 예상했다. 군사 강국인 러시아가 병력 규모와 화력에서 우크라이나를 압도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전쟁이 터지자 상황은 달랐다. 서방의 무기 지원과 우크라이나 국민과 군인들의 투지는 러시아의 뜻대로 전황이 흘러가지 않게 했다.

그런데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전에 없던 전쟁 장비가 러시아와의 일전에 가세했다. 바로 신개념 이동식 막사다. 겉모습은 캡슐형 알약처럼 생겼다. 외부는 고강도 특수 강철로 제작됐다. 우크라이나 철강회사인 ‘메트인베스트’가 자국 군대에 공급하기 위해 고안했다.

메트인베스트는 유럽 최대 규모 제철소인 ‘아조우스탈’을 소유하고 있다. 아조우스탈은 개전 초기,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을 지키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맞서 최후의 항전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새로운 이동식 막사의 개발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개 양상과 관련이 깊다. 러시아군과 전투가 격화하면서 전선이 수백㎞에 이를 만큼 길어졌고,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전장에서 안전하게 쉴 은신처가 다수 필요해진 점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캡슐형 알약 닮은 독특한 외형
지난주 메트인베스트가 발표한 공식 자료를 보면 새로운 막사는 겉모습이 특이하다. 거대한 드럼통을 쓰러뜨려 놓은 것 같다. 전체적으로는 캡슐형 알약처럼 생겼다. 길이는 6m, 높이는 2m이다.

이 막사의 가장 큰 특징은 설치와 해체가 편리하다는 점이다. 블록 완구처럼 각 부품을 쉽게 조립 또는 분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막사를 이루는 모든 부품은 개당 최대 중량이 50㎏을 넘지 않는다. 중장비 없이 여러 사람의 힘만으로 만들거나 해체할 수 있다. 젊고 건강한 성인들이 집약된 조직인 군대에 적합한 구조다.

내부에는 필요에 따라 다양한 집기를 놓을 수 있다. 수면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야전 침대를 설치할 수 있는 건 기본이다. 수도를 연결해 샤워장으로 쓸 수 있다. 식당으로 사용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배수구 같은 시설도 갖춰 놓있다. 이 이동식 막사가 있으면 시멘트 같은 건축 재료가 필요 없는 것도 장점이다.

■대구경 포탄 피격에도 ‘거뜬’
메트인베스트는 이 막사를 고안하면서 또 다른 고려도 했다. 견고함이다. 전장에서 병사들이 머무는 공간인 만큼 튼튼하게 만든 것이다. 메트인베스트는 공식 자료를 통해 “막사를 지하 1~1.5m에 묻었을 때, 150㎜ 야포가 쏜 포탄에 맞아도 견딜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정도 포탄은 살상 반경이 50m 내외에 이른다. 포탄 종류에 따라 전차 장갑을 뚫거나 손상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이동식 막사를 그만큼 튼튼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동식 막사의 강도가 높은 건 특수한 고강도 강철로 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막사 벽에는 쭈글쭈글한 주름을 넣었다. 하늘에서 낙하한 포탄이 막사 벽에 맞았을 때 생기는 파괴력을 줄이기 위한 설계다.

메트인베스트는 지금까지 이동식 막사를 총 10기 제작했다. 한 기당 가격은 20만흐리우냐(750만원)이다. 하지만 메트인베스트는 무료로 우크라이나군에 이 막사를 공급하고 있다. 메트인베스트는 “향후 이동형 막사를 매달 20기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시설이 충분히 보급된다면 우크라이나 지상군의 전력 보존에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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