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페레즈 ‘제2의 호세’

2004.06.01 19:35

프로야구 롯데의 베네수엘라 출신 로베르토 페레즈(35)가 펠릭스 호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우고 있다. 호세는 1999년과 2001년 두 시즌을 뛰었을 뿐이지만 뛰어난 성적을 올려 ‘롯데의 대표 용병’으로 각인됐다. 그러나 롯데의 2년차 용병 페레즈가 최근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호세의 아성을 뛰어넘을 태세다.

지난해 손바닥 부상으로 50경기에만 출장했지만 시즌 종료 후 손바닥 수술을 받았고 올해는 팀이 치른 전경기인 48경기에 빠짐없이 나왔다. 올시즌 페레즈의 성적표는 최다안타 공동 1위(67개)와 타율 6위(0.342), 타점 5위(41타점), 홈런 공동 7위(8개). 나무랄 데 없는 성적으로 롯데의 4번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올시즌 20홈런과 100타점을 무난히 넘을 전망이다.

최근 기아, SK와 벌인 5경기에서는 만루포 등 홈런 2방을 포함해 22타수 10안타(0.455) 9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그 덕분에 롯데는 3승2패로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강한 어깨에서 뿜어져나오는 총알 같은 송구 등 외야수비도 만점이다. 양상문 감독도 페레즈가 타석에 들어서면 자잘한 사인을 내지 않을 정도로 신임이 두둑하다.

그 덕분에 ‘페레즈’는 롯데 선수단이 경기를 마치고 부산 사직구장을 빠져나갈 때마다 ‘정수근’과 함께 가장 많이 불리는 이름이 됐다. 부산 야구열기를 되살리는 데도 한몫을 하고 있는 셈. 페레즈는 “부산 팬들이 좋아해주니까 야구할 맛이 난다”면서 “10년 이상 롯데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페레즈는 지난해 5월 한국땅을 밟기 전 멕시칸리그 디아블로스에서 호세와 한솥밥을 먹었다. 호세로부터 한국야구와 롯데에 대해 전해들은 얘기가 많겠지만 호세와는 딴판이다. 호세의 경우 자신의 실력만 믿고 팀분위기를 망치는 돌출행동이 잦았던 반면 페레즈는 ‘성실맨’이다. 시즌 초 몸쪽 변화구에 약점이 드러나자 스탠스에 변화를 주는 등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한국 야구는 물론 문화에도 잘 적응하는 모범생이다. 간단한 인사말을 주고받을 정도고 밥과 김치 등 한국음식도 마다하지 않는다. 평소에는 얌전한 것 같지만 경기에 들어가면 파이팅을 아끼지 않는다. 애타는 구애공세에도 불구하고 호세 영입에 실패했던 롯데가 페레즈라는 ‘흙 속의 진주’ 덕에 웃고 있다.

〈안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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