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었다 풀었다’ 삼성의 노련한 번트 수비

2012.10.31 22:27 입력 2012.10.31 22:55 수정

날씨가 추워지면 장타가 줄어든다. 1점을 내기 위한 수싸움이 승부를 갈랐다. 번트와 이에 대한 대비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 섭씨 7도, 날씨의 야구학

잠실구장의 기온은 섭씨 7도. 메이저리그에서 지난 10년간 섭씨 7도 이하에서 치러진 경기는 278경기다. 이들 경기에서는 평균보다 0.45점 낮은 득점이 나왔다. 홈런 수는 18% 감소했다. 게다가 잠실구장은 앞서 한국시리즈를 치른 대구, 문학구장보다 외야 담장이 더 멀다. 적은 점수를 뽑기 위한 스몰볼이 정석이 될 수 있는 경기였다.

SK로서는 9회초 최정의 타구가 잠실구장 가운데 담장 상단에 맞은 게 아쉬웠다. 날씨가 조금 더 따뜻했고, 잠실구장이 아니었다면 경기는 9회초에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추운 날씨는 야수를 위축시키고 수비 움직임을 어렵게 만든다. 결국 삼성의 2점은 조인성의 블로킹 실수와 우익수 임훈의 실책, 박진만의 야수선택에서 나왔다. 2점이 나왔을 때 잠실구장에는 비까지 내렸다. 비가 그친 뒤 삼성의 수비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 100% 번트 수비

100% 수비란 수비 입장에서 2루주자를 3루로 보내주지 않는 적극적인 압박수비를 뜻한다. 타자가 번트를 시도할 때 3루수와 1루수는 홈으로 대시하고 유격수는 3루 쪽으로 2루수는 1루 쪽으로 움직인다. 투수 뒤쪽 공간이 텅 비기 때문에 상대가 반드시 번트를 댈 것이라는 확신하에 움직여야 한다.

반대로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상대의 100% 수비가 예상될 때는 슬래시 작전으로 변경하기도 한다.

삼성은 3차전에서 100% 수비를 사용하다가 실책이 이어지면서 경기를 내준 바 있다. 4차전에서는 2루주자를 묶어두는 압박이 줄어들었다. SK 이만수 감독은 4차전이 끝난 뒤 “상대가 100% 수비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5차전의 열쇠는 번트와 그에 대한 대비였다. 삼성은 2-1로 쫓긴 4회초 무사 1·2루에서 4차전과 달리 적극적인 100% 수비 작전을 펼쳤다. 박정권의 번트를 달려온 3루수 박석민이 잡아 주저 없이 3루에 가 있던 유격수 김상수에게 던져 2루주자를 잡아냈다.

7회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무사 2루에서 박정권의 번트 때 다시 한번 100% 수비를 펼쳤다.

하지만 2루주자 이호준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야수 선택으로 무사 1·2루가 됐다.

여기서 치열한 벤치 싸움이 벌어졌다. 100% 수비에 두 번 당한 SK 벤치는 번트 대신 슬래시 작전을 펼쳤지만 삼성은 오히려 100% 작전을 쓰지 않으면서 타자를 압박했다. 100% 수비 때는 타자에게 번트를 대주기 위한 공을 던지지만 100% 수비가 아닐 때는 투수가 원하는 대로 공을 던질 수 있다. 삼성 안지만은 앞서 보여주지 않았던 포크볼을 던져 김강민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추격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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