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미미’했으나 끝엔 ‘전설’로 남다

2018.09.28 20:53 입력 2018.09.28 23:20 수정

봉미미·봉타나·봉의사…LG ‘마운드 기둥’ 봉중근 은퇴식

KBO 리그 통산 55승49패·109세이브…선발·마무리로 전천후

어깨 수술 후 다시 온 통증…“어느 순간 마운드가 두려워졌다”

<b>“만세”</b> LG 봉중근이 정든 유니폼을 벗었다. 봉중근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홈경기 뒤 열린 은퇴식에서 LG 소속으로 뛴 12년을 마무리하면서 헹가래를 받고 있다. 잠실 | 이석우 기자

“만세” LG 봉중근이 정든 유니폼을 벗었다. 봉중근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홈경기 뒤 열린 은퇴식에서 LG 소속으로 뛴 12년을 마무리하면서 헹가래를 받고 있다. 잠실 | 이석우 기자

한때 별명이 ‘봉미미’였다.

1997년 신일고 2학년 때 애틀랜타와 계약했다. 원래 타격 능력이 뛰어난 외야수였지만 애틀랜타 입단 뒤 투수로 전향했다. 애틀랜타와 신시내티를 거치면서 통산 7승4패, 평균자책점 5.17을 기록했고 2007년 LG로 돌아왔다. 당시 삼성과 계약한 브라이언 매존은 ‘봉중근을 아느냐’는 질문에 “미국에서 뛰는 미미한 모든 선수들을 다 알 수는 없다”고 답했다.

봉중근(38)은 “솔직히 2007년에는 부담감이 컸다. 한국야구 스타일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해 마무리 훈련부터 다 내려놓고 새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듬해 별명은 메이저리그 좌완 에이스 요한 산타나의 이름을 딴 ‘봉타나’였다. 2008년 봉중근은 LG 에이스가 됐다. 11승8패, 평균자책점 2.66(리그 3위)을 기록했다. 봉중근은 “김정민 코치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은 덕분”이라면서 “2008년부터 잠시 ‘에이스’라 불렸던 시절이 돌아보면 뿌듯한 일”이라고 했다.

<b>‘미미’와 ‘의사’ 시절</b> 신일고 졸업 후 애틀랜타에 입단한 봉중근(왼쪽 사진)은 2002년 4월24일 열린 애리조나와의 홈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봉중근(오른쪽 사진 왼쪽)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일본전 승리 후 태극기를 마운드에 꽂는 4강 진출 세리머니를 남기기도 했다. 잠실  | 이석우 기자·경향신문 자료사진

‘미미’와 ‘의사’ 시절 신일고 졸업 후 애틀랜타에 입단한 봉중근(왼쪽 사진)은 2002년 4월24일 열린 애리조나와의 홈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봉중근(오른쪽 사진 왼쪽)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일본전 승리 후 태극기를 마운드에 꽂는 4강 진출 세리머니를 남기기도 했다. 잠실 | 이석우 기자·경향신문 자료사진

2009년, ‘봉의사’였다.

제2회 WBC대회. 봉중근은 일본과의 1라운드 2경기 선발로 나섰다. 1번타자 스즈키 이치로 타석 때 봉중근은 공을 던지는 대신 심판에게 다가가 영어로 말을 걸었다. 기선을 제압했고, 봉중근은 대표팀의 짜릿한 1-0 승리를 이끌었다. 봉중근은 “경기 전 박경완 코치님(당시 포수)과 미리 준비했다. 사인 내면 내가 타임 부르는 걸로 작전을 짰다”고 말했다. 봉중근은 “마침 미국 주심이었다. 심판에게 ‘투 머치 플래시’라고 얘기했다. 그 정도 영어는 할 수 있으니까”라고 웃으면서 “친해지려고 어깨동무도 했다. 무엇보다 이치로를 괴롭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봉중근은 일본과의 2라운드 경기에 또 선발등판했다. 이번에는 몇 차례 견제 동작만으로 1루주자 이치로를 꽁꽁 묶었다. 이번엔 ‘의사 봉중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봉중근은 “내 인생의 은인과도 같은 경기”라면서 “지금도 몸이 괜찮다면 태극마크는 꼭 달고 싶을 정도로 소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9시즌이 시작되고 난 뒤에는 ‘봉크라이’였다. 호투를 펼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는 일이 잦았고 안타까운 마음에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b>‘봉전드’</b> 봉중근이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동료들의 사인이 담긴 자신의 유니폼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봉전드’ 봉중근이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동료들의 사인이 담긴 자신의 유니폼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KBO리그 통산 55승49패, 109세이브. 선발로, 마무리로 LG 마운드의 기둥 역할을 했던 봉중근이 28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은퇴 기자회견을 했다. 어깨수술 뒤 복귀를 노렸지만 지난 7월 다시 통증이 찾아오면서 떠날 때를 정했다. 봉중근은 “어느 순간 그 익숙했던 마운드가 두려워졌다. 이제 떠날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절친한 후배 류현진은 전화통화에서 “나도 어깨 수술하고 안 아픈 것 아니다. 견딜 수 있는 아픔을 참고 던졌더니 내 공이 돌아왔다. 형도 참고 던져라”라고 말했다. 봉중근은 류현진에게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파”라고 답했다.

여러 별명을 거쳐, 이제 ‘봉전드’가 된다. 봉중근은 “팀이 순위싸움이 치열한 상황이어서 은퇴식은 생각도 안 했다. 구단, 감독님, 동료 선수들의 배려로 분에 넘치는 은퇴식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은퇴 이후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봉중근은 남은 시즌 동안 1군 선수들과 동행한다. 가을야구를 향한 마지막 승부에 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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