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변수는‘심판휘슬’

2001.02.01 18:55

밑천은 웬만큼 드러났다. 감독의 용병술, 선수들의 체력. 서로 상대의 수는 손금 보듯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객관적 전력이 베일을 벗은 상황에서 프로농구 막바지 레이스의 최대 변수는 무엇일까. 한국농구의 후진성을 꼬집을 수밖에 없어 안타깝지만 각팀이 한목소리로 지적하는 대목은 심판 판정이다. “심판의 휘슬이 어느 시점에서 어느 쪽으로 춤출지 몰라 불안하다”는 주장인데 코트 안팎에서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약 70%를 소화한 정규리그가 올스타전 휴식기를 끝내고 3일부터 재개되면 판정이 막판 순위결정의 최대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않다. 이는 전적으로 한국농구연맹(KBL) 심판진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끊임없는 오심과 일관성 없는 휘슬이 불신의 뿌리다. KBL이 최근 경기녹화테이프를 통해 분석한 오심통계는 충격적이다. 올시즌 한 경기 평균 오심이 10.5개(경기시간이 48분인 NBA는 9.8개). 오심 하나에 득점여부가 엇갈리고 볼 소유권이 바뀐다.

경기당 약 20점이 오락가락했다고 할 수 있다. 올시즌에 팀간 전력차가 줄어들어 접전이 양산된 것을 감안하면 잘못 분 휘슬에 승자와 패자가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모른다.

강동희의 명백한 파울을 간과한 삼보-기아전(1.13일), 주희정의 하프라인바이얼레이션을 놓친 SK-삼성전(1.21일), 조우현의 3점슛때 공격자파울을 지적한 LG-동양전(1.25일)이 오심으로 얼룩진 3대 경기로 꼽을 수 있다. 심판 몇명이 징계를 받긴 했지만 패한 쪽의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5점차 이내 패배를 9번이나 당한 삼보가 “휘슬이 몇승을 날리지 않았다면 벌써 6강 안정권에 들었을 것”이라며 드러내놓고 얘기할 정도다. 또 LG, 기아, SK도 판정에 관한한 불운했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특정팀을 편들고 죽이려는 손이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옛날엔 지고 나서 ‘심판탓’을 하면 무능한 장수로 불렸다. 요즘엔 심판 때문에 졌다고 하면 동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정규리그는 팀당 12~13경기씩 남겨놓고 있어 앞으로 매게임이 순위결정전이다. 경기는 과열되고 그에 따른 판정논란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KBL 이재덕 심판위원장은 “오심을 한자릿수로 줄이기 위해 심판들의 교육에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심판진도 “적어도 심판 때문에 졌다란 말은 듣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판정변수를 없애는 일만이 승자도 패자도 승복하는 길이다.

〈권부원기자 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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