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호 8명도 못이긴 ‘망신 축구’

2005.08.01 07:48

막내 수비수 김진규(20·이와타)가 벼랑끝에 서 있던 본프레레와 한국축구를 일단 살려냈다.

비록 천신만고 끝에 공한증(恐韓症)을 지켜냈지만 그렇다고 면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잇단 퇴장으로 후반 40분부터는 8명이 뛰었으나, 한국은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했으며 그 어떤 공수의 레퍼토리도 선보이지 못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5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개막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한 최악의 플레이로 1-1 무승부에 그쳤다. 반면 북한은 전반 26분 김영준의 결승골을 잘 지켜 월드컵 예선에서 2연패를 당한 강적 일본을 1-0으로 누르고 승점 3점으로 1위를 달렸다.

이날 경기로 중국과의 역대 A매치 전적은 15승11무. 무패기록은 이어갔으나 경기내용 면에서는 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이겨야 할 경기였다. 경기 시작한 지 불과 6분 만에 중국의 가오린이 퇴장을 당했다. 리웨이펑이 유경렬을 손바닥으로 밀었는데 엉뚱한 선수가 퇴장당한 것.

이후 한국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공을 독차지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공간을 파고드는 선수들의 날카로운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고, 횡패스와 백패스만 난무했다.

오히려 후반 7분 먼저 골을 내줬다. 중국은 리웨이펑의 긴 프리킥을 시에후이가 머리로 흘려주자 순시앙이 골지역 왼쪽에서 왼발 강슛으로 마무리했다.

한국은 후반 28분 김진규의 강력한 오른발 직접 프리킥이 골네트에 꽂혀 패배를 면한 것이 그나마 다행. 38분과 40분에는 중국의 차오양, 리웨이펑까지 퇴장당해 중국은 마지막 5분을 8명이 뛰었다.

하지만 3명이나 많은 한국의 크로스는 길거나 짧았고, 슈팅은 빗맞거나 골키퍼 앞으로 갔다. 후반 40분 이동국의 페널티킥이 골키퍼에 막힌 것은 답답한 마무리의 절정이었다. 슈팅수 18-3의 우세가 부끄러울 뿐이었다.

양팀의 분위기는 기자회견장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중국 기자들의 박수 속에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주광후 중국 감독은 “8명만 남아서도 팬들을 위해 멋진 플레이를 보여준 우리 선수들은 모두 멋진 사나이”라며 시종 즐거워했다.

선수들이 3명이나 퇴장당했는데도 “심판판정은 존중한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는 여유까지 보이는 듯했다.

반면 한국의 본프레레 감독은 “상대 선수가 퇴장당해 수적 우위에 있었으나 침투패스가 이뤄지지 않고 공이 옆과 뒤로만 도는 바람에 중국 수비진에게 정비할 시간을 줬다”며 침통해했다.

〈대전|김석기자 skim@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