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산이 높으면 돌아서 가라

2011.11.01 22:10
류형열 기자

동료 골잡이 판 페르시 ‘펄펄’… 입지 위축 우려

아무리 노력해도 갑자기 넘을 수 없는 절벽이 불쑥 솟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박주영(26·아스널)이 팀 동료인 로빈 판 페르시(28)에게 느끼는 감정이 이럴 것 같다. 판 페르시는 2004년 아스널에 합류한 이후 부동의 원톱 골잡이였다. 지난 시즌에도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8골7도움을 기록했다. 올 시즌엔 페이스가 더욱 놀랍다. 프리미어리그 10경기에서 10골(1도움)을 터뜨리며 득점랭킹 선두에 올라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첼시와의 원정경기에선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아스널의 5-3 역전승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EPL 27경기서 28골을 터뜨려 경기당 1골이 넘는 무서운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2-8의 참패를 당하며 흔들리던 아스널이 최근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칼링컵을 포함해 5연승을 달리며 정상 궤도를 되찾고 있는 것도 판 페르시의 영웅적인 활약에 힘입었다.

판 페르시의 유일한 약점은 ‘유리몸’이었다. 2007년부터 지난 8월까지 무릎, 발목, 햄스트링 등 돌아가면서 다쳤다. 하지만 올해는 부상도 없다. EPL은 전 경기 출장이다. 유럽챔피언스리그 32강전 조별리그 3경기에도 모두 출전해 2골을 넣었다.

판 페르시는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이후 주장 완장까지 찼다. 아르센 벵거 감독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선수’가 바로 판 페르시다. 벵거 감독은 “판 페르시는 완벽한 캡틴”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박주영에게 판 페르시는 거대한 절벽과 같다. 지난달 26일 볼턴과의 칼링컵 16강전 홈경기에서 역전 결승골을 꽂아넣으며 잠재력을 입증한 박주영이지만 판 페르시가 있는 한 출전기회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박주영은 8월 말 아스널 입단 이후 칼링컵에서만 2경기를 뛰었을 뿐 리그나 챔피언스리그에선 아직 데뷔전을 갖지 못하고 있다.

박주영이 판 페르시를 넘어서기는 힘들어 보인다. 판 페르시의 백업 자리를 노리는 게 보다 현실적이다. 판 페르시를 대신해 교체멤버로 활용되던 마루앙 샤막이 무릎 부상을 당한 것이 박주영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