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전락하는 시·도민 축구단

2014.08.28 21:37 입력 2014.08.28 21:43 수정

프로축구 성남FC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2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프로축구를 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게 바람직한지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인 듯 생각이 많아집니다”라고 적었다.

이상윤 감독대행의 석연치 않은 해임, 4개월 전 폭행사건을 일으킨 박종환 전임 감독의 중도하차, 전신 성남 일화의 엄청난 채무, 축구단 내부에서 나오는 불협화음과 끊이지 않는 낙하산 인사 논란 등 굵직한 사건이 계속 불거지자 구단주인 동시에 자치단체장으로 느끼는 답답함을 토로한 발언이다. 한 편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다른 편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하는 구단주로서 도중에 손을 떼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 시장의 반응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시·도민구단의 실상을 드러낸다. 버리자니 축구팬과 축구인들의 불만이 높고, 안고 가자니 투자 대비 효과가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게 핵심이다. 경남·인천·대전·대구·광주·강원·부천·안양 등 시·도민구단들은 점점 늘고 있다. 이들 구단은 낙하산 인사 논란, 비리 의혹, 고위층의 무능력 또는 독단, 월급 체불, 재정 부족 등 거의 비슷한 난관을 겪고 있다. 시·도민구단은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구단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상황 속에서 프로축구 확대·발전을 이루리라 기대됐다. 그러나 지금 그것이 현실화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시·도민구단이 망가진 가장 큰 이유는 구단주인 자치단체장이 선거용으로 축구단을 활용한 뒤 선거가 끝나면 무책임하게 방치하거나, 선거에서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는 곳으로 축구단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자금은 부족하고 인력의 전문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일본프로축구에서는 자치단체장이 축구단에 중간 관리자 또는 축구단-지자체 간 협력자를 파견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단체장이 구단 사장·단장 등 고위층을 내려보내기 일쑤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장기적인 비전을 향한 전략적인 경영은 이뤄질 리 없다.

국내 축구계는 시·도민구단의 미래를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제대로 투자하고 제대로 관리·감독해서 제대로 된 프로구단을 만들거나, 아니면 1년에 20억원 안팎으로 운영되는 아마추어 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도저도 안된다면 시·도민구단은 선거 때마다 정치적 외풍에 시달리다가 끝내 자립하지 못한 채 세금만 삼키는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

축구계 관계자는 “시·도민구단은 지역민이 내는 혈세로 운영되지 않나”라면서 “지역민의 관심과 지지, 신뢰를 이끌어내면서 지역 사회가 요구하는 책임과 역할을 감당하는 건강한 조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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