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아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 국가 호칭에 연일 ‘예민’

2023.10.03 22:06 입력 2023.10.03 22:07 수정

리용일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0일 한국과의 8강전이 끝난 뒤 한국 취재진이 북측이라 호칭하자 노려보고 있다.

리용일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0일 한국과의 8강전이 끝난 뒤 한국 취재진이 북측이라 호칭하자 노려보고 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제 무대로 돌아온 북한이 국가 호칭 문제에서 연일 민감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리용일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30일 중국 저장성 원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8강전에서 한국에 4-1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 취재진의 “북측”이라는 호칭에 정정을 요구했다.

리 감독은 “북측이 아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며 “네? 이해하셨소? 그걸 좀 바로 합시다”라고 말했다.

하루 전인 여자 농구 남북 대결 기자회견에 동석한 관계자가 영어로 “우리는 North Korea가 아니라 DPR Korea”라면서 “아시안게임에선 모든 나라에 정확한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북한이 한국을 만날 때 ‘북한’이라는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2015년 중국 우한에서 열린 동아시안컵(현 E-1 챔피언십) 사전 기자회견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자 “똑바로 말하라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아니면 북측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지 않습네까”라고 받아친 적도 있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그 북측이란 표현조차 강하게 반발해 과거와 사뭇 다른 분위기가 확인됐다.

일각에선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동결된 마카오 계좌를 풀려면 정상 국가로 인정받아야 하기에 호칭을 고집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국가 호칭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북한은 정작 2일 북한 조선중앙TV에서 여자 축구 남북전을 중계하며 한국을 ‘괴뢰’로 칭했다.

냉랭한 분위기 속에 자연스레 남북 선수들 사이 교감도 무너지고 있다. 훈훈한 악수로 끝났던 유도의 첫 남북 대결 이후로는 불편한 모습을 주목받은 일이 더 많았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단일팀으로 참가했던 여자 농구 강이슬은 “북한 선수들이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 같아서 조금 속상했다”며 “그래도 (2018년에) 같은 팀으로 뛴 선수들이 몇명 있었는데 눈을 안 마주치거나, 마지막에 하이파이브를 안 하는 부분도 아쉬웠다”고 말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길 가다 몇번 마주쳤는데 불러도 안 쳐다보고, 감독님도 눈을 피하시길래 ‘인사를 안 하실 건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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