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세리머니’ 논쟁

2004.10.01 17:38

1997년 차범근 국가대표팀 감독과 도올 김용옥 당시 용인대 교수 사이에 스포츠와 종교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차감독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독실한 기독교 신자. 경기를 앞두고나, 한국이 골을 넣었을 때 감사기도를 드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자주 잡혔다. 문제는 차감독이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팀의 감독이라는 사실이었다. 도올은 차감독이 공인으로서 과도하게 종교적 언동을 표출하는 것을 비판했다. 차감독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사이드 스포츠] ‘기도 세리머니’ 논쟁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올림픽에서조차 종교색을 드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힘들 때 종교를 통해 위안을 얻고 힘을 낸 선수들이 우승했을 때 신에게 감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종교계가 이 논란에서 빠질 리 없다. 한 개신교 목사는 “아테네올림픽은 ‘선교축제’였다”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기도의 용사들을 찬양했다. 그러나 불교쪽 ‘법보신문’은 ‘국가대표야? 기독교 대표야?’라는 제목의 기획기사에서 일부 기독교 선수들의 종교행위로 인해 올림픽 정신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기독교사회 평론가 마이클 노백은 ‘스포츠의 기쁨’이라는 책에서 스포츠가 종교를 대신해 주일을 점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 스포츠를 종교가 다시 점령하는 것을 보면 종교의 힘은 노백이 본 것보다 더 큰 것 같다.

우리 사회엔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 하지만 공인의 공적 마당에서 이뤄지는 공적 행위가 공적 모럴의 제약을 받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스포츠맨, 더 넓게는 공인에 있어서 종교적 표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네티즌들의 뜨거운 논쟁을 보면서 자못 궁금해진다.

〈유형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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