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3의 박태환’ 꿈나무들은 자란다

2007.01.01 17:59

역사는 강물과 같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끊임없이 이어지는 변화가 있어야 역사가 발전한다.

‘제2, 3의 박태환’ 꿈나무들은 자란다

도하 아시안게임 수영 3관왕을 이룬 박태환은 한국 수영의 역사를 다시 썼다. 그러나 박태환 혼자서 모든 역사를 짊어질 수는 없다. 강물이 흘러가듯 수영도 흘러가야 한다.

박태환의 뒤를 이을 꿈나무들은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제2, 3의 박태환’ 꿈나무들은 자란다

밖의 날씨가 무척이나 추웠던 지난 28일. 서둘러 잠실실내수영장으로 들어가자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힘차게 발을 차는 어린 수영 선수들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왔다.

수영신동 박태환을 6세때 발굴해 키운 노민상 수영 국가대표 감독은 이미 제2, 제3의 박태환을 준비 중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Wing 스위밍클럽에는 20여명의 꿈나무들이 쑥쑥 커가고 있다. 노감독은 “박태환 1명에게 의존해서는 수영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 미리미리 뒤를 이을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태환이 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선수는 박찬희(16·대청중)다.

종목도 자유형 중·장거리로 같다. 대표팀 상비군 소속인 찬희는 올 3월 경기고 입학이 예정돼 있어 박태환과 한 팀을 이루게 된다. 5살때부터 수영을 시작한 찬희의 목표는 “태환이형처럼 되는 것”이다.

박상우 수영 대표팀 상비군 감독은 “아직 유연성이 부족한 게 흠이지만 기록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태환의 아시안게임 3관왕이 찬희의 기를 살려주기도 했다. 찬희는 “수영하는 것을 친구들이 부러워한다”며 어깨를 으쓱 들어올리더니 “친구들이 자기 ‘싸이’에 태환이형 1촌평을 올려달라고 졸라서 귀찮다”며 씨익 웃었다.

노화연(16) 김유연(16·이상 대청중)은 자매처럼 붙어다닌다. 화연이는 평영, 유연이는 배영을 한다. 새벽 수영을 합하면 하루 6시간씩 훈련이다. 코치들 눈치를 보더니 “아저씨, 인터뷰 오~래 해 주셔야 돼요”라며 까르르 웃는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쉴 수 있단다.

‘제2, 3의 박태환’ 꿈나무들은 자란다

유연이는 “사진도 잘 찍어주셔야 돼요”라고 부탁했다. 사실 유연이는 이미 중1때 국가대표 선수였다. 국제수영연맹(FINA)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세계를 누볐다. 지금은 허리를 다쳐 잠시 상비군에 내려와 있지만 지난해 소년체전에서는 배영 50m와 100m, 계영, 혼계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화연이는 평영이 주종목이다. 태국에서 열린 국제청소년올림픽대회에서 2관왕을 했다. 개인혼영으로 주종목을 바꿨다가 다시 평영으로 돌아왔다. 화연이와 유연이는 나란히 한국체고로 진학할 예정이다. 올해는 둘 다 국가대표에 뽑히는 게 목표다.

이승연(12·누원초)은 접영이 주종목. 박감독은 “무척 다재다능한 선수”라고 귀띔했다. 수영만 잘하는 게 아니라 공부도 잘한다. 틈틈이 배우는 요들송은 공연을 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승연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올해 소년체전 4관왕을 한 뒤 화려하게 은퇴할 거예요”라고 당차게 말했다. 박감독은 나중에 “수영에 재능이 있다. 은퇴가 자기 맘대로 되겠느냐”라며 웃었다.

박감독이 가장 주목하는 선수는 10살짜리 조선경(누원초)이다. 접영이 주종목이었는데 자유형 훈련을 함께 하고 있다. 박태환이 그랬던 것처럼 선경이도 ‘물을 타는 감각’이 있다.

박감독은 “신체 조건도 좋고 물타는 감각이 무척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수영을 배우는 기술도 뛰어나다. 박감독은 “수영 실력이 쑥쑥 늘고 있다. 욕심 같아서는 기록을 확 줄여놓고 싶은데 어린 선수의 경우 자칫 선수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며 “선경이 수영을 보고 있으면 내 욕심을 자꾸 눌러야 해서 힘들다”고 말했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선경이는 수영이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물에서 놀면 하나도 안 힘들어요. 물에서 하는 건 다 재밌어요”라며 웃었다. 새해 목표를 물으니 “접영 50m에서 30초대에 들어갈 거예요”라며 입을 앙다문다. 어쩌면 저 작은 어깨와 팔이 수영의 역사를 이어가는 위대한 팔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선경이의 키가 한 뼘은 더 커보였다.

〈이용균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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