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여왕’ 짐이 너무 무거웠나

김연아 모스크바 세계피겨선수권 ‘아쉬운 銀’


<b>눈물의 의미는…</b> 김연아가 지난 30일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싱글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자 금메달리스트인 안도 미키가 바라보고 있다.  모스크바 | AP연합뉴스

눈물의 의미는… 김연아가 지난 30일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싱글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자 금메달리스트인 안도 미키가 바라보고 있다. 모스크바 | AP연합뉴스

얼음판 위에서 내려온 김연아(고려대)는 ‘피겨 여왕’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짐을 힘겨워했고, 향후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10년 넘게 홀로 한국 피겨스케이팅을 짊어지고 온 김연아, ‘21세 여왕’의 고민은 길어지고 있다.

13개월 만의 복귀 무대인 모스크바 세계피겨선수권을 2위로 마친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이 끝난 지 2시간여 만에 기자들과 만났다. 현지시간 30일 밤 9시, 한국시간으로는 1일 새벽이었다.

시상대 위에서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김연아의 표정은 후련해 보였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연기가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이 제대로 안 날 정도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며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들었는데 아쉬움보다는 홀가분한 기분이 먼저였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동기 부재’였다. 김연아는 “사실 선수로서 지난해 모든 것을 다 이뤘기 때문에 바라는 것이 없었다”며 “다시 경기를 하자고 마음먹은 다음에도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뭘 하고 있나’란 생각이 문득문득 들 만큼 흔들렸다”고 말했다. 그런 고민은 올림픽 챔피언이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선수에게는 어떤 목적도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김연아는 일단 금메달보다는 ‘좋은 연기’를 절대 목표로 삼고 준비를 시작했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 은메달을 자랑스러워했다. 김연아는 “여기까지 오기 정말 힘들었고 그것을 잘 이겨냈다는 상이 아닌가 싶다”며 “금메달은 아니지만 할 일을 끝냈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리적·정신적 부담감을 모두 딛고 일궈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2010~2011시즌이 모두 마무리된 마당에 다음 행보가 궁금해졌다. ‘다음 시즌에는 심리적으로 조금 더 편해지지 않을까’란 질문에 김연아는 한참 뜸을 들인 뒤 “편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 상황이 또 돼봐야겠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아는 이어 “솔직히 ‘선수생활 계속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제일 싫다. 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웃어보였다.

2일 오전 귀국하는 김연아는 당장 아이스쇼 공연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활동 준비에 들어간다. 얼음판 위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주변에서 ‘피겨 여왕’에게 거는 기대도 그대로다.

김연아는 “학생인데도 훈련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기회가 되면 학교에 다니며 도대체 어떤 곳인지 느껴보고, 그런 걸 다 경험해보고 졸업하고 싶다”고 말해 운동에만 전념하느라 놓친 학창생활에 대한 아쉬움과 희망도 표현했다. “여행을 많이 하고 싶었는데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앞으로 평창 유치위 일로 가게 될 남아공이나 스위스가 모두 처음 가는 곳이니만큼 시간 나는 대로 즐겨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2010~2011시즌은 끝났지만 김연아의 고민은 다시 원점에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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